“생계·사역 보장 없는 은퇴 목회자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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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사역 보장 없는 은퇴 목회자 쏟아진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1.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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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기획 // 수명 100세 시대, 교회도 대비하자

▲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목회자 및 선교사 노후에 대한 준비가 미흡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연초 인구통계 전문가인 고려대 통계학과 박유성 교수팀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을 예측했다. 그 결과는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100세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 통계청이 지난 12월 발표한 ‘2009년 생명표’보다 무려 2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결론이다. 통계청이 출생과 사망 신고를 기준으로 기대 수명을 예측하고 있다면 이 연구팀은 의학의 발달 속도를 예측 기준에 포함시켰다. 이 예측이 적중한다면 60세가 정말로 ‘청춘’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목회자와 선교사의 은퇴 연령 65-70세. 이제 교회도 노후를 대비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은퇴 후 30년 이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은퇴 30년 전에 미리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고 말았다. 100세 시대를 맞아 한국 교회가 어떻게 목회자와 선교사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지, 교회의 실버 사역은 어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지 짚어 보았다.         <편집자 주>

대형 교단 은급제도 있지만 수명 100세 고려할 경우 마이너스 운영
2020년 은퇴 선교사도 쏟아져 … 종신 사역할 제도적 뒷받침 시급

예장 통합 사회봉사부가 지난 2007년 조사한 ‘목회자 유가족의 실태조사 및 연금 미가입 은퇴 목회자 생활실태조사에 대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94.2%의 은퇴 목회자가 별다른 소득활동 없이 노후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단 연금에 미가입된 은퇴 목회자들의 경우 자녀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사는 사례가 71.2%로 가장 높았으며 소속 노회 지원과 정부지원이 19.8%, 은퇴 교회의 지원은 10.8%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359명의 은퇴 목회자 중 절반 이상이 50만원 이하로 살아가고 있다고 응답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어려운 생활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2011년 고시된 최저 생계비는 2인 기준 90여 만원. 70세 정년을 기준으로 할 때 100세까지 30년의 수명이 연장된다면 은퇴 노부부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3억원이 넘는 은퇴 생활비가 필요하다. 원로직을 보장받아 매달 생활비를 받는 중대형 교회 은퇴 목회자라면 상관없겠지만 50%가 넘는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후 삶을 생각하면 갑갑한 속을 달랠 길이 없다.

# 하나님만 의지하는 시대는 지났다
당장 먹고 살기 빡빡하다며 교단 연금에도 가입하지 않은 목회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하나님께 내 인생을 맡겼다”는 말이다. 하나님 믿고 현실적인 대책은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회자가 먹고사는 세속적인 고민을 하는 것이 믿음이 없어 보이는 시대는 지났다. 은퇴 후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은 평생 쌓아온 공적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 통계청장 오종남 박사는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며 목회자 노후를 걱정한 바 있다. 오 박사는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만큼은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단만 믿고 있다면 어떨까. 물론 대형 교단의 경우 목회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할만한 연금제도를 갖추고 있다. 예장 통합을 중심으로 기성과 고신, 예성, 기장 등이 목회자 은급을 시행하고 있다. 작게는 월 50만원에서 많게는 150만원까지 가입 연한에 따라 은퇴 후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직에 있을 당시 교단이 운영하는 연금제도를 성실히 이행했다면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수명 80세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연금제도. 교회수가 줄어들고 은퇴 목회자 수가 늘어나는 역삼각형 시대가 도래할 경우 은급금도 바닥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교단 은급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은퇴 목회자들의 증가를 고려해 연금 운용에 있어 보다 현실적인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은퇴 선교사도 예외 아니다
최근 선교계에서는 ‘은퇴 선교사’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980년대 선교사 파송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은퇴 선교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예장 고신 선교훈련원장 김북경 선교사는 “현재 한국 교회 교단 파송 선교사의 경우 70세 은퇴를 정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 선교사가 종신 사역을 선언하거나 현장에 남아 선교활동을 계속할 수는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교회와 교단이 보내던 후원금이 끊어진다.

합동 역시 은퇴 연령 70세가 넘어가면 공식적인 후원은 없다. 다만 교회가 개별적으로 선교사를 후원하는 것은 막지 않는다. GMS는 대신 현지에 남길 원하는 선교사들에게 복지 서비스는 계속 제공하고 있다.

선교사의 경우 은퇴해도 현지에 머무르는 사례가 더 많다. 고신은 현재까지 한국에 들어온 은퇴 선교사가 2명, 합동은 1명이다. 한국에 들어올 경우 의료와 복지 수준은 높지만 물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선교사로 나가 은퇴 연령이 되어 돌아오면 오랜 타국 생활로 기댈 곳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교사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적은 돈으로도 살았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언어와 이국의 문화생활을 습득한 것이 노후의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선교계는 이미 수년 전 “선교에 은퇴라는 제도를 두지 말자”고 제안한 바 있다. “직분은 사임해도 에너지를 살려 현지에 남아 임종을 맞이하는 종신 선교를 수행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종신 선교를 돕기 위한 한국 교회의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은퇴 선교사 문제를 선교계가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돈보다 사역이 문제
선교사들의 형편이 은퇴 목회자보다 나아 보이는 이유는 ‘사역의 연장’에 있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워도 선교 현장에서의 경험이 인정되고 종신 사역에 대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퇴 목회자들의 현실은 막막하다. 원로 목사로 추대되지 못한 목회자의 경우 예배 처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은수교회는 은퇴 목회자를 위한 교회다. 은퇴 목회자들은 주일을 지킬 곳도 마땅치 않다.
청량리 은수교회는 ‘목사’들이 성도인 특별한 교회다. 은퇴 목사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곳이다. 은수교회 엄도성 목사는 “목사들이 은퇴하면 원로 대우를 받으며 안정된 누호를 보낼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며 “작은 교단이나 소형 교회에서 헌신했던 목회자들의 노후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은퇴 목회자는 “내가 일했던 교회에는 후임 목회자에게 누가 될까봐 가지 못하고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다가 이곳에 정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설교를 하고 싶어도 설 강단이 없고, 예배를 드리고 싶어도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이 은퇴 목회자들의 삶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 처한 은퇴 목회자가 전체의 절반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년 연장의 욕구가 교단 안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 100세 대비하는 정책 수립해야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교단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정책을 새로 만들고 은퇴 후 목회자와 선교사의 삶이 안정되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교회 역시 줄어드는 어린이 사역보다 늘어나는 노인 사역에 초점을 맞추는 시도가 늘고 있다. 목회자들 스스로도 은퇴 후 어떠한 사역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예장 고신은 은퇴 목사를 순회 선교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미 3개 지역에 순회 선교사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고신은 은퇴 목사 중 상담과 목회 등에서 훌륭한 자원을 발굴해 선교 현장의 문제를 돌봐주는 순회 선교사로 파송했다. 선교 지역이 확대되면 은퇴 목사를 더 많이 현장으로 내보낼 생각이다.

은급제도가 가장 취약한 합동의 경우 GMS가 규정을 신설해 선교사들이 퇴직연금을 들도록 했다. 선교사들의 은퇴 후 보장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고민하며 노후를 대비한 것이다. 물론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전체 선교사들이 퇴직 후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통합은 농어촌 미자립교회 은퇴 목회자에 대한 최저 생계비 보장이 공론화한 바 있다. 15년 이상 목회한 뒤 은퇴했지만 국민연금이나 총회연금, 노후보장보험에 가입되지 않고 부동산이나 부양가족이 전혀 없는 목회자들의 경우 생계비를 통회가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합 총회 안에서는 일괄 지급되는 퇴직금을 연금으로 전환하고 교회 경상비 수입의 0.25를 은퇴 목회자를 위한 기초 복지비로 지급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 있다.

한 은퇴 목회자는 “이미 일반인들도 은퇴 후 봉사와 여가활용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은퇴 후 인생설계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 도전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우 은퇴 후에 대한 고민 없이 세상 밖으로 던져진 후 모진 고통과 패배감을 감내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또 전도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은퇴 목회자를 상담과 교육 등 전문 분야에 활용하는 것도 사역 개발의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측의 한 목사는 “총회와 노회 차원의 은퇴 목회자 노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며 대형 교회들이 은퇴 목회자를 위한 실버타운을 만들어 주는 것도 책임을 다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은퇴 후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고 정진경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도 생전에 “목회자의 전도와 선교 사명은 끝이 없다”며 “은퇴 후 새 일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정 목사는 ‘목회자의 은퇴생활’이라는 글에서 은퇴 목회자들이 스스로 가져야할 자세와 더불어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을 조금 돌려 은퇴 목사를 위해 나누고 생활비 고민이 없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국 교회에 덕이 된다”며 사역과 생계에 있어 책임을 지는 한국 교회의 역할을 화두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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