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연합 1년, 초보적 연대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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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연합 1년, 초보적 연대에 그쳐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1.01.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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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별 다양한 구호사업...투명성 연대사업 등 과제 남겨

역사상 최악의 재난을 겪은 아이티를 돕기 위해 결성된 한국교회아이티연합의 활동 보고회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 회의실에서 열렸다. 아이티 지진 발생 1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보고회는 아이티연합에 참여한 교단 및 단체 관계자 등이 나서 그간의 활동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 교단별 다양한 긴급 구호활동 
인사말을 전한 한국교회아이티연합 의장 손인웅 목사(덕수교회)는 "작년 1월 12일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은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꼽힌다"고 밝히고 "한국 교회도 재난 구호에 역사상 가장 많은 교회와 단체, NGO 등이 참여해 약 190억원에 가까운 모금을 했다"고 말했다.

예장 통합총회는 약 36억원을 모금했다. 이를 통해 총 다섯 차례 생수, 천막, 식량 등 긴급 구호 지원, 아이티 교단 선교사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쳤다. 또 아이티 크레올어 성서와 찬송가를 제작해 지원했다. 한국해비타트, 월드비전, 굿피플, 컴패션 등 전문 구호기관을 통한 지원활동도 펼쳤다.

약 30억원을 모금한 예장 합동총회는 사단법인 해피나우를 설립하고 아이티 지원 사업을 벌였다. 그동안 네 차례 의료지원 사업, 휴대용 자가발전기 1000대 지원, 빵공장 및 벽돌공장 건설을 위한 기계 및 중장비 지원 사업을 펼쳤다.

이 외에도 구세군 약 5억원, 기장총회 약 5억원, 예장 합신총회 약 3억원,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약 3억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약 2억원을 각각 모금했다. 각 교단 및 단체들도 다양한 긴급 구호사업을 펼쳤다. 

아이티연합 간사단체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도 교계 언론사 등과 함께 37억원을 모금했다. 긴급 구호물품, 의약품, 음식 등을 아이티 현지에 지원하고, 콜레라 긴급구호 등의 사업을 펼쳤다. 

#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이티연합
그러나 교단 간 경쟁적인 지원과 중복 과잉 투자를 막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된 아이티연합의 활동이 초보적인 연대에 그쳐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렇다할 연합사업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금이 교단별로 이루어지다보니 사업도 제각각 흩어졌고 정확한 모금액 산출에도 실패했다. 이날 보고회도 교단별 구호 사업을 모아 발표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 사업을 보고하지 않은 교단과 단체도 많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구호 담당자들은 현지 사정 등에 따른 구호 활동의 제약이 컸다고 하소연했다. 통합총회 사회봉사부 총무 이승열 목사는 "사회적, 정치적 불안 때문에 현지와의 협력사업에서 신뢰를 얻는데 차질이 많았다"고 밝히고 "이 때문에 아이티 현지를 모니터링하고 사업 계획을 세우느라 지체돼 예상보다 큰 업적을 나타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 현지의 정치적 상황과 관료들의 부정부패, 항만 시설의 부족 등으로 인해 구호 활동에 어려움이 컸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6월 이후 발생한 콜레라로 인해 현지 구호 활동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교단이 단기적인 응급 구호에 치중했으며 대부분의 재정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교단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지난 1년간 모금액의 30~40%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성과도 있었다. 아이티연합은 한국PKO, 코이카 등 정부와 함께 아이티 지원 사업의 논의 주체로 활동하면서 한국 교회의 위상을 넓혔다. 또 한국 교회 단일 창구를 만든 결과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재외동포들의 모금도 이끌어냈다. 

이와 함께 아이티기독교연합 지도자를 초청해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이 때문에 아이티 정부로부터 20만평 정도의 땅을 지원 받았다. 아이티연합은 이 지역에 콜레라 지원센터 등을 설치하고 중장기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 투명성 확보 등 향후 과제 남겨
아이티연합의 1년간 활동은 많은 과제를 남겼다. 최근 사랑의열매 공금 유용 사건 이후 모금단체의 투명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약 200억원의 모금액이 교단별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출됐는지는 보고되지 않았다. 

감사도 각 단체의 책임에 맡겨졌다. 지출과 감사가 모두 교단에 맡겨진 것이다. 아이티가 아닌 재난에 재정이 쓰인 교단도 있다. 예장 합동총회 해피나우 사무총장 박원영 목사는 "총회 결정에 따라 필리핀, 중국, 칠레 등과 천안함에도 약 2억원이 지원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출 세부 내역을 밝히는 노력과 함께 교단 내부 감사뿐만 아니라, 외부 감사나 교차 감사 등을 통해 재정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 재정의 60~70%가 지출되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해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아이티연합 활동에 대해 손인웅 목사는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이 경험을 토대로 발전된 모습으로 효과적인 구호활동을 펼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금과 지출 창구가 다르다보니 연합사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하소연한 김종생 목사는 "현지 상황실, 게스트 하우스, 현지 차량 지원 등 연합의 초석을 놓는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NGO들도 30% 선에서 지출했다. 교계의 30~40% 사업진행은 뒤쳐진 것이 아니"라며 "서두르지 않고 현지 상황을 고려한 것은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원영 목사 "아이티 현지는 아직 10%도 복구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 치울 수 있는 인력도 기술도 기계도 부족한 형편"이라며 "많은 구호단체들이 구호를 포기하고 돌아가고 있고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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