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한 재개발로 “1만2000교회가 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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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한 재개발로 “1만2000교회가 사라진다 ”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1.1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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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재개발악법 철폐 시국기도회 대정부 투쟁 선언


우면동에서 수십년 째 목회를 한 백승교회 박세환 목사는 두 번이나 교회를 잃어버리는 아프을 겪었다. 지난 95년 우면산 터널이 뚫리면서 200평의 교회가 헐리는 일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교회를 세워 지켜왔지만 지난해 11월23일 교회는 다시 철거되고 말았다. 우면 2지구 개발에 포함된 것이다. 교회가 헐리던 날 교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포크레인으로 교회를 부숴버린 것이다. 이 철거 과정에서 교회는 물론 교회 비품과 성물까지 모두 망가지는 피해를 입었다.

박 목사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도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 재개발 악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나와 같은 피해 목회자들을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뉴타운 재개발이 가속화 된 것은 최근 10년 사이. 이 과정에서 1만2천여 교회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단식으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한 재개발 지역 목회자들은 지난 6일 ‘잘못된 재개발 정책의 시정과 교회차별 철폐’를 호소하며 시국기도회를 열고 가두 행진을 진행했다.

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 모인 목회자와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약자들이 보호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재개발 악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기총 재개발문제대핵위원장 서경석 목사는 “과거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던 주택개발 공약이 택지개발촉진법으로 탄생했고, 이를 기초로 각종 재개발 방식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목사는 “국내 5만여 교회 중 신도시와 재개발 뉴타운 지역에 13000개에 달하는 교회가 있고 이 가운에 1만2천 교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는 전체 교회의 5분의 1에 달하는 숫자”라고 말했다. 뉴타운 등 재개발을 지지하는 현 정부의 개발논리에도 일침을 가했다.

서 목사는 “용산참사를 겪으면서 가난한 사람 약자의 편에 서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며 “정부가 끝까지 현행 제도를 고수한다면 한국 교회의 지지를 받을 생각을 아예 포기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부천뉴타운지구 주님의교회 김형원 목사는 “자신이 속한 재개발 지역도 땅과 건물을 가진 교회가 4개나 있지만 종교부지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시가의 60%만 보상받고 쫓겨나는 상황에서 교인도, 주민도 모두 흩어지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교회는 일정부분 보상이라도 받지만 임대교회들은 갈 곳 없이 내몰리고 만다”며 “세워진 교회를 지키기 위해 재개발 악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74개의 교회 중 2개만이 살아남았고 인천 뉴타운 루원시티에서는 68개 교회 중 3개만 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기총 재개발 대책위는 이같은 원인으로 조합이 개발이익 극대화만 추구하면서 교회의 재정착을 막고 있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원주민은 조성원가의 80%에 택지를 구입해야하는데 원주민교회는 가지고 있던 교회부지를 빼앗기고도 조성원가의 100%에 부지를 구입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성명서를 낭독한 예장 합동 재개발대책위원회 최병남 목사는 “도로와 학교 등 공공시설을 짓는데 왜 교회와 원주민들의 재산을 사용하느냐”며 “공공시설과 도시기반시설은 반드시 국가예산으로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은 “택지개발촉진법 등 현행 개발악법들을 전면 폐지하고 재개발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공존하는 개발, 원주민의 2/3 이상이 재정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또 “제대로 된 보상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자가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고 강제 철거하는 만행은 사라져야 하며 ”모든 재개발 과정에서 힘없는 서민들과 종교단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국기도회를 마친 목회자와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백주년기념관에서부터 종로4가까지 행진을 벌이며 “재개발 악법 철폐”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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