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상실한 한기총 위상 ‘흔들’
상태바
공정성 상실한 한기총 위상 ‘흔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0.12.07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후보 등록 일주일째 선관위 심사도 못 마쳐


특정 후보 배제 노린 ‘시간 끌기’ 구설수 올라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대표회장 입후보자 서류접수를 받은 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선거관리위원회가 후보자격 심사도 진행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직 대표회장은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이용해 특정 후보를 폄훼하는 발언으로 중립성을 어기는 등 이미 한기총 선거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기총 선관위는 관례적으로 입후보자의 서류가 접수되면 이튿날 서류심사와 함께 기호추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한기총 선관위(위원장:엄신형 목사)는 1일 서류심사에 이어 2일 기호추첨을 한다며 서류심사 과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1일 회의에서 ‘특정 후보’ 배제움직임이 감지되면서 회의가 정회됐고, 지난 4일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회의를 속회했지만 결국 서류만 일단 접수받는 것으로 끝났다. 후보에 대한 심사는 다시 8일 오전으로 미룬 것이다.

선관위 내부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길자연 목사의 ‘연임’ 해석. 길자연 목사는 이미 지난 2003년과 2004년 제9대, 10대 대표회장을 역임했다. 한기총 정관 제5장 제19조 2항에는 ‘임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며, 동일직은 1회 연임할 수 있다. 단, 명예회장은 예외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선관위원 일부가 길 목사의 후보자격 없음을 주장한 부분은 ‘1회 연임할 수 있다’로 길자연 목사는 이미 한 차례 대표회장은 연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길 목사측은 “연임은 연이어 할 수 있는 것이며 다시 출마하는 것은 중임에 해당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일 선관위원들에게 후보자에 대한 법률적 해석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합동 선거대책위원회는 “길자연 목사를 탈락시킨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기총의 연임규정은 1회에 한해 연속적으로 할 수 있고 일정기간이 경과한 상태에서 또 다시 직위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원장 홍재철 목사는 “군소교단 혹은 인물난에 시달리는 교단의 경우 한 사람이 연임 후 1년을 쉬고 다시 공동회장을 맡은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며 “유독 대표회장에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관례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표회장 후보 김동권 목사측에서는 “길자연 목사가 연임 규정을 어겼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연임’에 대한 법적 해석을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목사측은 “도덕적으로 두 번이나 한 사람이 또다시 대표회장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길자연 목사측도 “교단 추천서도 없이 출마한 김동권 목사야말로 후보자격이 없다”며 ‘후보자격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두 후보 모두 ‘사회법’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단, 선관위가 후보등록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법원의 심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 후보가 한기총을 믿을 수 없다며 ‘사회법’에 해석을 의뢰한 가운데 선관위는 일단 양 후보를 받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회법의 결론이 내려지면 결과에 승복한다는 합의를 바탕으로 입후보 심사를 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선관위가 입후보를 일주일이나 미루면서 특정후보에 대해 흠집을 내는 것은 중립성을 상실한 행태”라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선관위도 더 이상 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선관위는 엄정한 중립과 공정을 생명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배제하는 인상을 풍길 경우, 선거 자체가 불법으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단이 추천한 후보를 받지 않을 경우 한기총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맞서는 합동총회까지 가세하면서 선관위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표회장을 뽑는 실행위원회까지 불과 두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후보자 정책 대결도 없이 선거를 치르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확산되는 등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싼 총체적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