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중국 최고의 지성을 파고들다
상태바
제자훈련, 중국 최고의 지성을 파고들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11.29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북경대 특강

중국 경제의 급성장은 일본을 넘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소득의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 경제, 문화, 종교, 인종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중국은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중국의 미래 지도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북경대학교 역사학과 학생들을 만나 ‘한국 사회 발전과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중국 북경대에서 한국이 목회자가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독교’라는 중국 내에서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강연을 중국 대표적인 대학에서 제안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저녁 7시부터 역사학과 내 작은 강의실에서 진행된 특강에는 팽소유 교수를 비롯해 기독교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과 학부생, 다른 대학 학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강의 한시간 전부터 기다린 학생부터 복도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까지 관심이 뜨거웠다.

이날 오 목사는 기독교의 정신과 가치가 중국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가 북경대 특강을 마치고 역사학과 팽소유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올바른 자본주의 형성에 기여한 교회
한국은 지난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G20정상회의 의장국 역할을 했다. 근대화 초기 일제의 식민지 통치와 한국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적인 빈곤국에 속했던 한국이 세계 경제의 흐름을 결정하는 회의의 의장국이 된 것에 대해 오 목사는 한국의 사회발전에 기독교가 기여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20세기 한국의 놀라운 성장과 발전은 한국 사회에 기독교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근세 초기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올 때부터 술과 도박, 담배를 금지하고 민족의 절망적인 상황을 발전시키고 희망의 씨앗을 뿌린 것이 교회였다”며 한국 근대화 초기 개신교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독립운동과 애국애족 정신의 근간에도 기독교의 역할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오 목사는 “일제 강점기 전체 인구의 2%에도 못 미쳤던 기독교인들이 독립운동의 선두에 섰으며 1919년 3.1운동 독립선언 발기인 33인 가운데 16인이 기독교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성장과 퇴보는 교회의 부흥과 침체에 따라 그 궤를 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오 목사는 또 한국의 초대 기독교인들이 민족의 주춧돌을 새우고 자신을 희생했다며 “그리스도인들의 거룩한 유전인자에는 민족을 사랑하고 동포를 위하는 마음이 태생적으로 들어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특히 기독교는 하나의 종교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관 내지 사상으로 자리해 한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건설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세 천주교가 지나치게 노동을 과소평가하고 금욕을 강조해 경제적 발전을 둔화시킨 데 비해 기독교, 특히 칼빈주의는 노동을 신성시하고, 부의 생산과 축적, 근면검소, 그리고 절제를 강조해 건전한 자본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또 “기독교는 청지기적 사고를 강조하여 부를 자기의 것으로 여기지 않고 소외되고 힘없고 가난한 자들과 나누며 함께 사는 매우 높은 공동체적 윤리를 가르치고 있다”며 “오늘날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 대문에 기독교의 본래 가르침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지만 기독교는 베풂과 섬김, 희생, 정직과 같은 덕목들을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사회에서는 비영리단체와 교회, 특별히 목회적 대형교회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사회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말한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 박사의 주장을 소개하며 “복음은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양극화 문제와 세계화의 해결책
이와 함께 현재 중국 내에서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양극화 심화 현상에 대한 해답도 기독교 안에 내제돼 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초대교회 때부터 교회는 굶주린 자들을 먹이고, 병든 자들을 치료하며,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열어주고, 소외된 자들의 다정한 이웃으로 곁에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교회들은 선교 초기부터 구제사업, 형정개선사업, 콜레라퇴치사업, 결핵퇴치운동 등을 전개했다. 또 아동들을 위한 복지사업으로 고아원을 설립하고 극빈자들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구제사업에도 앞장섰다”며 “여성운동, 절제운동, 농촌운동 등 각종 계몽운동의 중심적인 세력으로 교회는 확실한 역할을 감당했다”고 말했다.

또 오 목사는 일본에서 발표된 한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중국 교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세계화 문제의 해답이 기독교와 선교에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목사는 “20년 전 일본의 마쓰비씨 그룹에서 한국과 일본 중 누가 더 세계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갈까 연구한 결과 한국이 우세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한국인들은 세계 178개국에 800만의 동포가 흩어져 있으면서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교회를 만들고 모인다. 이 이민교회에서 매주 세계 복음화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목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 흩어져서 사는 민족이 한국민족”이라며 “남북한을 합하여 세계 인구의 1.1%에 지나지 않는 나라가 쇄국에서 개방된 지 불과 100여년 만에 전 세계의 가장 많은 나라에j 살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또 “현재 한국은 경제적인 발전뿐만 아니라 기독교적으로도 민족 앞에 소망의 새 날을 열어가고 있다”며 “오늘날 한국은 5만5천여 교회, 1천3백만 성도를 가지고 있으며 2만여 명의 선교사를 전 세계로 파송하는 등, 미국에 이어 2등으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나라가 됐다”고 소개했다.

중국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한국 교회를 성장시킨 원동력인 목회적 컨텐츠의 교류를 제안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제자훈련의 핵심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거룩한 소명을 인식하고 소명자로서 세상으로 나아가 복음적 가치를 통해 사회의 소외계층을 품으면서 질적으로 건강한 사회와 민족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제자훈련의 목회적 컨텐츠가 중국의 기독교적 가치관 전파와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오 목사는 또 “제자훈련을 통하면 가정, 사회, 직장생활과 함께 사업의 원리, 국가관 등이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며 국내 대표적인 의류브랜드 이랜드 그룹의 성공을 예로 들며 “제자훈련 사역에 헌신했던 고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 박성수 회장의 리더십 철학과 이랜드의 원동력도 제자훈련에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 기로에서 만난 한국과 중국의 교회
북경대 역사학과 학생들은 중국 내 최고의 지성들답게 오 목사의 강연이 끝난 후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한 학생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싱가폴, 홍콩, 한국, 타이완 등 네 마리 용으로 불리는 국가들은 모두 유교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라며 “한국의 근대화에 기독교가 영향을 줄 때, 유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한국에서도 교육을 중시하고 내향적인 유교적 풍토가 사회발전에 크게 공헌한 점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그러나 극단적인 유교의 영향이 쇄국정책으로 나타나 은둔의 나라가 됐고, 결국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압제를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유교적 영향이 단절된 시기가 있었고 그 사고의 공간에 기독교가 들어와 외향적인 세계화를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며 “싱가폴, 타이완, 홍콩 등은 화교적 네트워크가 있었지만 한국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때 기독교 세계관과 청부정신이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학생은 “한국 교회가 쇠퇴하고 있다고 들었다. 기독교가 한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한국 기독교는 사실 쇠퇴냐 부흥이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한국 교회가 개혁과 갱신의 정신을 가지고 회개라는 자기점검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한다면 하나님이 새 길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오정현 목사는 강연을 마치면서 “기독교는 이제 더 이상 서구의 종교도 아니고 제국주의의 이용물도 아니”라며 “물적, 인적 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기독교를 수용하면 정신적, 영적으로 더 흥왕해 진정한 세계 리더라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교회와 한국 교회가 함께 세계 선교에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준비한 역사학과 팽소유 교수는 “오늘 강의는 중국의 학생들과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며 “이번 강연을 계기로 중국 기독교의 발전과 한국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