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1강) ‘복음’은 전기·영웅전·회고록 아닌 새로운 영적 장르
상태바
마가복음(1강) ‘복음’은 전기·영웅전·회고록 아닌 새로운 영적 장르
  • 운영자
  • 승인 2010.10.21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초의 기록된 복음서

신약성경 중 최초로 기록된 책이 데살로니가 전서(혹은 갈라디아서)라면, 복음서 중 가장 먼저 기록된 책은 마가복음이다. 그러나 사실 19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최초의 복음서로써 마가복음의 가치는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기독교 복음의 대명사와 같이 여겨졌던 마태복음의 요약이라고 간주되면서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되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 최초의 복음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 가치가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던 것이다.

복음서 중 최초의 책으로써 마가복음은 그 후 기록된 마태, 누가복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었다. 특히 마태복음은 마가복음 자료 중 거의 90%를 담고 있으며, 누가복음 역시 약 50% 정도의 자료를 담고 있다. 내용 외에 마가복음이 마태, 누가복음에 끼친 또 다른 영향은 예수님 이야기의 순서이다. 예수님의 지상 사역이 요한의 세례 후 갈릴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예루살렘으로 옮겨져 마침내 그곳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신다는 순서는 공관복음에서 공통적이다(행 10:37). 유대와 예루살렘이 그 사역의 중심이 되고 있는 요한복음과 비교할 때, 이것이 매우 중요한 일치인 것이다.

이러한 공통적 자료와 순서는 공관복음 사이의 문학적 연관성을 시사하는 유력한 증거이다. 이를 입증하는 내용을 우리는 누가복음의 서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처음부터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그대로 내력을 저술하려고 붓을 든 사람이 많은지라. 그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 나도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은 줄 알았노니.” (눅 1:1-2) 누가의 이 진술에 의하면, 그가 자신의 복음서를 쓰기 전 이미 그러한 종류의 책을 쓴 사람이 많았고,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복음서를 기록하기 위하여 그 책들을 참고하였다고 우리는 충분히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누가가 그 복음서를 쓰기 전 그 앞서 존재했던 책 중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바로 마가복음이라는 것은 오늘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이 마가복음은 최초의 복음서로서 후대의 복음서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의 내용이나 신학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 그 중 우리가 우선적으로 언급할 것은 마가가 자신의 책을 복음(euangelion → evangelism)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막 1:1,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신약 헬라어에서 소유격(“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 뒤에 위치함으로 이 구절의 첫 두 단어는 “복음의 시작”이다. 신약 당대의 문서는 오늘날과 같은 책의 형태가 아니라 두루마리였으므로(계 22:18, 19; 개역개정), 대개 두루마리의 첫머리가 그 문서의 제목 역할을 하였다. 그렇다면 마가는 자신의 책의 제목을 “복음”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마가가 그 복음서를 기록하기 전 복음서와 같은 책은 전기, 영웅전, 혹은 회고록이라고 불리어졌다. 그러면 복음서는 이 중 하나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날도 어떤 이들은 복음서를 전기(傳記)로 주장하기도 하는데, 비록 역사서로서 전기적인 요소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복음서를 전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서는 연대기적 방식으로 기술되지 않았으므로, 복음서에 기록된 사건들의 순서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웅전이라면, 고대에 기록된 플루타크(Plutarch) 영웅전에 보듯이, 위인의 업적이 후대에 기릴 만큼 두드러져야 하는데, 사실 예수님은 당시의 유대인이나 로마인들에게 갈릴리 출신의 랍비로서 활동하다가 로마 법에 의해 처형된 죄인으로 알려졌음으로, 그에 관한 기록을 영웅전이라 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끝으로 회고록 역시 복음서에 합당치 않은 것이, 흘러간 과거의 인물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으로 복음서가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복음서 기자들을 포함하여 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이 여전히 그들 가운데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마 28:20, “…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이러한 까닭에 마가는 자신의 책을 그러한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오히려 복음이란 새로운 장르(genre)를 창조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다른 복음서 저자들보다 복음이란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막 1:1, 14, 15; 8:35; 10:29; 13:10; 14:9; 16:15).                                           김경진 교수<백석대 신약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