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장 된 교계 행사 "이래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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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장 된 교계 행사 "이래도 되나"
  • 승인 200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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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에 끌린 목회자들이 ‘내 교인’이란 사실만으로 특정 후보를 밀어 줄 것을 교인들에게 요구하고 있어, 자칫 교회가 일부 후보자들의 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최근 개 교회 목회자들은 “이 후보는 우리 교회 교인이고 교회가 어려울 때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나라를 위해 크게 할 사람이니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란 말을 공예배 시간에 거리낌없이 교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또 어떤 교회는 예배 후 교인에게 악수를 나눌 수 있는 배려까지 아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상은 목회자가 후보자들이 교회에 찾아와 교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권위를 높여주는 것으로 여기고 있어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다.
2002월드컵 선교단은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하면서 대선 후보자와 서울 시장 후보자들에게 격려사를 요청했다. 이날 소망교회 장로라고 밝힌 이명박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만이 대회장에 참석했다.
이명박후보는 “장로의 신분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이에 주최측은 “특정 후보자들을 위한 행사가 아닌 국가를 위한 기도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깨끗한 선거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는 소리가 크다. 윤환철사무국장(공명선거실천기독교대책협의회)은 “예배 시간을 이용해 특정 후보자를 소개하는 행위는 신앙양심상 어긋난 행동이고, 특수관계를 이용한 선거운동으로 엄연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는 “간단한 인사말을 듣기 위해 후보자들을 초청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라고 전제하면서 “교계 지도자들은 후보자들을 초청하여 국가 발전을 위한 정책을 듣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은 뻔했다”고 언급했다.

이날 이만신목사도 “교계 지도자들은 후보자간의 정책대결을 벌여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분야에 좋은 정책을 내 놓을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의 계절을 맞아 또다시 우리 사회를 선거열풍에 내몰고 있다. 윤환철사무국장은 “사회정의의 파수꾼인 교회는 공명선거를 실천함과 동시에 불법선거를 감시할 사명이 있다“며 “교회 불법 선거 운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항상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락기자(ys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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