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패륜남녀, 성공주의와 인터넷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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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패륜남녀, 성공주의와 인터넷의 산물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6.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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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교는 가치관과 인성교육 추구...교회는 진정한 사랑 가르쳐야

"요즘 아이들이 너무 무서워요" 어느 교회 주일학교 교사의 고백이다.

사회적으로 만연돼 있는 ‘막말 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기성세대가 신세대에게 ‘버릇없다’고 말하는 것은 수천 년 이어온 인류의 유산(?)이라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도를 넘었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 인천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이 임산부를 폭행한 사진을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려 '발길질녀'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경희대 패륜녀’ 사건은 자신을 환경미화원의 딸이라고 밝힌 여성의 글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달 13일 경희대 내 화장실과 여학생 휴게실에서 어머니뻘 되는 미화원에게 욕설과 막말을 퍼부었다는 내용의 이 글은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확산돼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임신 8개월째의 임산부를 폭행한 ‘부천 발길질녀’, 빌딩 미화원의 목을 조른 ‘인천 패륜녀’, 만취한 상태에서 여성미화원을 폭행한 ‘연세대 패륜남’ 등 폭언, 막말을 넘어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이 논란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 최근 잇따른 패륜적 사건이 20대에 집중돼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 전반의 ‘막말 문화’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와 20대에 걸쳐 형성된 사회적 현상에 대한 분석과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0대 패륜남녀 논란에 대해 생명언어설교아카데미 원장 박필 목사는 “음란하고 폭력적인 인터넷 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 목사는 “청소년 시절부터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한 학생들이 어른들에 대한 경멸과 실망, 사회적 분노가 내재돼 있다”며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2000년 즈음 10대였던 청소년들이 10년여가 지난 지금, 20대 중반과 30대에서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인터넷의 특성도 지적됐다. 박 목사는 “인터넷을 통해 익명성에 기댄 독설, 비판을 많이 접하면서 전염돼 재생산되면서 확대되고 있다”며 “인터넷 문화를 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된 성공주의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양세진 사무총장은 “사회문화적,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돈과 물질, 성공주의에 지나치게 빠져있다”며 “부모들이 자녀에게 인격교육이 아니라 돈과 성공을 연관 짓는 교육을 해온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성장하는 데 따른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현대 청소년들은 저출산으로 인해 형제, 자매 없이 혼자 자라는 경우가 많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공간에서 놀 거리를 찾지 못해 인터넷을 통한 가상공간에서 사람들과 접하는 것이 더 익숙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대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대화를 하게 되고, 말에 대한 중요성을 배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학교 현장의 고민도 깊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제대로 실시해야 하지만, 경쟁과 서열을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가 걸림돌이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대표는 “학교 현장에서 인성과 도덕을 강조하는 교육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며 “성적, 물질이 최고라는 사고를 강하게 가진 세대를 양성한 결과 20대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이어 “대학에서도 취업준비에 몰입하고, 물질적 가치, 서열의식이 팽배하다보니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그는 “한줄 세우기 교육, 성적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교육에서 탈피해 다양하고 종합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사회분위기와 교육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막말 문화, 패륜 남녀 논란 속에서 교회가 진정한 사랑을 추구하며 사회 정화의 노력과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필 목사는 “교회가 막말 문화가 보편화된 사회 속에서 비판적 기능과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운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인터넷 음란 문화로 인해 어긋나고 왜곡된 사랑으로 물든 청소년들에게 교회가 선물이나 게임기로 환심을 사기보다는 하나님의 진정한 사랑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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