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이민 목회자 청빙 미국에서는 어떻게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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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이민 목회자 청빙 미국에서는 어떻게 볼까
  • 뉴욕=윤영호 기자
  • 승인 2010.05.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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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1.5세대 목회자 청빙 ‘우려 반 기대 반’


영어권 문화 한국어권과 차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미주 한인교회도 세데교체 시점...이민 목회 전문화 시급

“한인 목회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영어권에서 성장했다면 많은 갈등이 있을 겁니다. 영어권 문화가 한국어권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점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주한인 최대 총회인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총회장:문성록목사)에서 총회장을 역임한 황은영목사는 미국문화에 익숙한 목회자가 한국에서 목회하는 것은 ‘문화적 갈등’을 전제한 것으로, 만약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추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주 한인목회자들의 한국행 러시가 계속되는 것과 관련, 미주 한인 목회현장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되는 반응이다.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필라델피아 등 동부지역의 경우, 최근 한국행을 결정한 목회자가 사역하던 지역이어서 이 곳 목회자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들이 확산되고 있다.

이 곳 목회자들 가운데 회자되는 내용은 크게 두 종류. 하나는, 한국에서 유학을 목적으로 체류하다가 미국에서 사역을 시작한 경우로, 최근 다시 한국으로 청빙 받아 사역지를 옮긴 사례이다. 이런 경우에는 영어권/한국어권 갈등이 전혀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서 교회성장과 신앙부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어권에서 출생했거나 성장기를 보낸 이민 1.5세 혹은 2세에 대한 이야기로, 이들이 한국교회로 사역지를 옮길 경우 적지 않은 갈등과 심지어 마찰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사랑의 교회 오정현목사는 대학시절 유학길에 올라 미국에서 사역을 시작한 경우로 전자에 속한다. 10년 넘게 동부지역에서 목회한 이동원목사, 대학교 교수와 목회자로 미국에서 사역하던 김상복목사, 동부지역에서 있다가 서부지역으로 옮긴 다음 한국에서 자리잡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목사 등은 바로 한국어권에서 성장기를 거친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주 한인목회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한국어권에서 성장기를 거치지 않은 이른바 이민1.5세와 2세에 해당하는 목회자들의 한국행이 자칫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때문이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부총회장 강기봉목사(백민교회 담임)는 “한국에 갔다가 3~5년 만에 다시 미국에 돌아온 목회자들이 주변에 많다”며 “이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만 갖고 청빙사역에 응했으나 결과는 예상과 매우 달랐다.”고 말했다.

강목사가 밝힌 한국목회 실패이유는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단 한 가지. 미국교회의 경우 장로연령층이 대략 40대인 반면 한국교회는 60~70대인데다 유교적인 관습이 많아 목회사역에서 충돌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큰 비전을 품고 한국에 들어간지 불과 몇 년 만에 다시 미국에 돌아온 주변 목사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최대 한인교회로 꼽히는 필라델피아연합교회 김재성목사도 같은 생각을 나타냈다. 김목사는 한국말을 한다고 한국 사람으로 속단할 수 없다고 말하고 적어도 한국어로 된 한국역사책과 국어를 공부한 사람이라야 한국교회에서 담임목사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해 1.5세와 2세 목회자의 한국교회 진출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필라델피아연합교회는 남가주사랑의교회 김승욱목사가 담임으로 있던 교회이다.

김재성목사는 “목회는 컨텍스트가 전제된 개념인데 한국의 상황과 문화적 흐름, 분단의 상처들, 민주화과정의 정서들을 모르는 사람이 리더십을 갖는 자리에 있다면 전체 신앙공동체가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들은 미주 한인교회 역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시점인데 오히려 차세대 리더십을 잇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어권 출신 목회자들의 한국입성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전망이기도 하다.
이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꼽은 것은 ‘세계적 교류증진에 대한 기대감’이다. 신학과 선교사역에서 여전히 세계를 주도하는 미국 기독교계와 교류를 증진한다는 것이 그것인데, 이는 국제화를 슬로건으로 삼는 정치경제계의 흐름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어서 향후 한국교회가 새로운 차원의 성장과 부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이다. 이른바 한국교회가 국제화 세계화 리더십에 적응하는 한편 조만간 세계선교를 주도하는 위치를 준비한다는 차원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는, 청교도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있는 영어권목회자를 통해 한국교회 목회현장에 청교도적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것은 여전히 기독교문화가 열세에 있는 한국사회 가운데 기독교문화를 다시 세우는데 견인차 역할을 영어권 목회자들이 감당하길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한국교회 현재 상황을 바라보는 미국 이민교회 한인목회자들은 두 가지 질문을 갖고 있다. 하나는 한국 중대형교회들이 왜 한국어가 서툰 영어권목회자를 담임으로 청빙하는지 궁금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어가 서툰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아는 영어권목회자들이 청빙서를 받고 수락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일부 한인 목회자들은 “이민교회의 척박한 현실로부터 탈출구를 찾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뼈 있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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