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에 대한 바울의 정치신학과 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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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제국에 대한 바울의 정치신학과 태도는?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4.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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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신약학회, ‘신약성서와 로마제국’ 주제로 학술대회 개최
▲ 한국신약학회는 '신약성서와 로마제국'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신약학회가 지난 3일 ‘신약성서와 로마제국’을 주제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김덕기 박사(대전신대)가 ‘빌립보서에 나타난 바울의 정치신학과 로마제국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빌1:27-30, 3:20-21의 문화해석학적 주석을 중심으로 발표한 김 박사는 “빌립보서는 로마제국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정치적 태도가 중요한 쟁점일 개연성이 매우 높으면서도 이를 노골적으로 표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국주의적 이데올리기와 유사한 가부장적 권위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이중성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즉, 바울은 한편으로는 정작 그리스도의 수난과 자기 비움과 고난을 감옥에서 깨달아서 로마제국의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에 대해 단호하게 저항하는 방식을 권면하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합심해 한 마음을 가질 것과 그리스도의 복종을 닮아가는 바울 자신을 닮고, 자신의 말을 복종할 것을 제시하면서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바울은 단순히 저항의 정치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려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화 양식과 연관된 종교체험에 입각한 종교적 담론을 창출함으로써 로마제국을 비판하고 고도의 정치신학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바울이 로마제국에 대한 저항의 정치적 태도는 의도적으로 은폐했지만 그의 정치신학을 제시할 때는 단순히 주체화 양식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전체를 혁명적으로 변혁될 것을 꿈꾸었다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바울의 정치신학에는 당시의 정치문화의 컬쳐코드 혁신을 통해 단순히 로마제국에 대한 저항만이 아니라 그의 서신을 읽는 오늘날의 독자들까지도 자신이 직면하는 어떠한 불의한 지상의 정치체제도 비판하고, 새로운 정치적 혁명 대열에 참여하도록 하며, 오직 부활신앙에 의해서만 바르게 해독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팍스-로마에 대한 요한계시록의 입장’에 대해 발표한 신동욱 박사(협성대)는 “요한계시록은 로마의 지배체제를 국가론이나 정치학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다”라며 “로마제국의 중심부가 아닌 소아시아 지역에 사는 주변부의 소외계층의 시각을 갖고 팍스-로마를 경험하고 인식, 평가하면서 현실과의 단절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이러한 소외계층 중심의 시각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길에서 유래한다”며 예수의 길은 소아시아 지역과 같은 주변 지역의 소외계층을 위한 길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요한계시록이 팍스-로마를 인식하는 삶의 자리는 변두리로부터의 인식이며, 아래로부터의 현실인식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한 길로부터의 인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박사는 “요한처럼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대한 시각을 ‘주변부로부터-아래로부터’의 시각에서 찾아야 한다”며 “교회가 힘의 중심부에 속한 사람들의 시각을 갖고 있으면 교회는 세상에 군림하게 되며 세상의 신을 섬기는 우상숭배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로마서에 나타난 의 개념과 로마교회와의 상관성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최갑종 박사(백석대)는 “로마서는 분명히 바울이 로마의 크리스천들에게 보낸 편지다. 그만큼 로마서는 저자와 독자의 역사적 정황을 갖고 있다”며 로마서는 로마서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문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는 “이러한 점에서 로마서를 1세기 로마의 크리스천 공동체는 물론 초기 기독교 전체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던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점에서 보아야 함을 강조한 새 관점의 주장은 상당한 타당성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마서를 유대인과 이방인의 수평적인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바울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 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로마서를 기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즉, 바울이 로마서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의 관계를 다루었다고 해도 상황성과 더불어 더 근본적으로 제시하고자 했던 것은 ‘하나님의 의’의 복음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복을 누리는 하나님의 언약적 신실함이라는 것이다.

최 박사는 “로마서가 아무리 유대인과 이방인의 수평적인 문제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로마서가 근본적으로 다루고 있는 문제는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피조물인 인간,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와 죄인인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로마서의 핵심 메시지는 하나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내신 구원과 의를 필요로 하는 전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복음의 선포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 박사는 “로마서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면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시각은 새 관점의 시각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새 관점은 전통적인 시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십자가는 수직과 수평의 양면을 갖고 있고, 예수 그리스도는 신성과 인성의 양면을 갖고 있다”며 “수직과 수평, 하나님과 인간, 개인과 공동체의 양면을 함께 보고, 상호 보완할 때 로마서는 우리의 귀에 바르게 들려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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