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자들에 대한 우정과 환대 등의 역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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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자들에 대한 우정과 환대 등의 역할 필요"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4.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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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학회, 지난 3일 ‘신약성서와 로마제국’ 학술대회 개최
▲ 한국신약학회는 지난 3일 '신약성서와 로마제국'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신약학회는 지난 3일 오전 10시30분 장신데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신약성서와 로마제국’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로마제국의 세계화와 초대 교회의 평등사상’을 주제로 발표한 박경미 교수(이화여대)의 주제강연을 시작으로 총 4편의 주제 논문과 6편의 자유논문이 발표됐다.

주제강연자로 나선 박경미 교수는 “오늘날 성경을 통해 들어야 할 가장 절실한 목소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에 관한 확고하고도 지속적인 지지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로마제국에 의한 세계화에 의해 민중의 자생적 삶은 파괴되었다고 주장한 박 교수는 “로마제국이 내세운 평화와 질서의 구호 이면에는 민족과 지역, 계급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다문화주의 정책을 취했지만 부와 권력,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가진 사람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박경미 교수(이화여대)
즉, 로마제국에 의한 세계화는 표면상 문화적 다원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피지배민족의 억압과 파괴로 이어졌고, 지배 계급과 피지배 계급간의 첨예한 갈등과 대립이 도시와 농촌의 갈등 양상으로 뿐만 아니라 도시 안에서도 일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예수 활동의 주무대였던 갈릴리 나사렛과 가버나움 같은 곳에서도 로마 군대는 집과 마을을 불태우고 주민들을 학살했으며, 노예로 끌려가기도 했다.

박 교수는 “로마제국은 외견상 문화적 융합주의, 다원주의를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군사적 정복과 공포에 의해 통치했다”며 “이로 인해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갈등, 대립은 증폭되었고, 정신적, 영적 혼란과 위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종교들은 억압받는 자들의 열망과 희망을 반영하게 된 것이다. 박 교수는 “유대교 내의 갱신운동으로 시작했던 예수운동은 로마제국의 세계화로 인해 피폐해진 유대 민중의 삶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었고, 예수가 그려준 하나님나라의 질서는 ‘팍스 로마나’로 상징되는 로마 제국의 신질서에 저항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예수운동을 계승한 초대 기독교의 탄생과 보편적 평등의 이상에 대해서도 설명한 박 교수는 “바울은 결정적인 회심을 통해 기독교 박해자에서 기독교 선교자로 방향전환을 했다”며 “바울은 로마제국에 의해 반란범으로 처형당한 예수 그리스도가 만든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종교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바울의 보편적 평등주의는 선에 대한 의무의 보편적 평등주의로 이어진다”며 “이러한 평등은 인종적 차이를 넘어선 보편적인 선과 하나님의 평등이 관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초대 교회 당시 지배적인 삶의 원리가 법적인 것이었다면 오늘날은 경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리스도를 통해 오는 복음의 진리는 법이나 경제적 상황에 의해 포섭되거나 해소되지 않는다. 보편적 평등의 원리는 법적, 경제적 요건들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을 기초로 박 교수는 “국제이주노동자 문제, 결혼이주여성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기독교는 세상 안의 낯선 자들과 우정과 혼대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는 극단적인 착취와 고난은 우리 안에 내면화 되어 있는 경제성장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발생했다”며 “세계화를 통한 끝없는 경제개발과 성장주의 정책, 오직 경제성장만이 살 길이라는 믿음은 예수님이 거듭 경고했던 물신의 현대적 얼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 로마제국의 세계화와 그 안에서 벌어졌던 초대 교회의 평등투쟁, 세상안의 낯선 자로서 다른 낯선 자들을 받아들이는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로 교회공동체를 건설하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 교회는 초대 기독교인들이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를 이룬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주제논문에는 김덕기 교수(대전신대), 신동욱 교수(협성대), 최갑종 교수(백석대), 김형동 교수(부산장신대), 이상일 박사(신진학자) 등이 발제자로 나서 ▲빌립보서에 나타난 바울의 정치신학과 로마제국에 대한 정치적 태도 ▲팍스-로마에 대한 요한계시록의 시각 ▲로마서에 나타난 ‘의’와 로마교회와의 상관성 ▲데살로니가전서에 나타난 환란과 로마제국의 상관성에 대한 재조명 ▲로마제국의 이중언어적 상황 속에서의 예수 전승의 양방향적 전달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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