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57강) 초대교회 내 향상된 여성의 위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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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57강) 초대교회 내 향상된 여성의 위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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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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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 아볼로를 가르친 브리스길라


사도 바울의 전도여행 사이에, 저자 누가는 잠시 관심을 바울에게서 아볼로에게로 옮기고 있다(행 18.24-28). 여기서 아볼로는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학문이 많고 성경에 능하며 … 일찍 주의 도를 배운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아볼로는 로마 제국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도시이자 위대한 대학 도시인, 애굽의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유대인이었다. 아볼로는 누가의 전하는 말에 의하면, 학자요 웅변가요 토론가였다. 그리하여 그리스도에 대하여 충분히 알게 되자, 하나님은 아볼로의 이러한 재능을 사용하여 교회를 강화하고 강건하게 하셨다. 아볼로의 경우를 볼 때, 이성(理性)은 바른 상황에서 바르게 사용된다면 복음 전도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볼로는 헬라에 있는 많은 사람에게 복음의 진리를 설득하는데 이성의 은사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큰 열매를 거두었다. 여기서 우리가 깨닫는 진리는, 그리스도에게로 나아올 때 우리의 지성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논리와 토론에 재능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볼로가 요한의 세례만 알았다는 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지식의 부족 내지는 결핍을 가리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한의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베풀어지지 않았다(행 19.2-4, 참고). 아볼로는 예수님에 관해 알고는 있었지만, 요한처럼 여전히 오실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세례는 그리스도의 완성된 사역에 대한 믿음에 의존하기보다는 회개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한은 죄의 회개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는 사실 신앙의 첫 번째 단계이다.

그러나 완전한 메시지는 죄로부터의 회개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아볼로가 전파하는 메시지는 완전한 이야기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예수님의 삶, 십자가, 부활 그리고 성령의 강림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브리스길라와 아굴라가 그를 데려다가 구원의 길을 설명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또한 주목할 부분은 아볼로의 활약만큼 중요하게 소개되고 있는 브리스길라의 가르침이다(행 18.26). 브리스길라는, 학문이 많고 성경에 능하여 장차 유대인과의 논쟁에서 공중 앞에서 이기게 될 대학자 아볼로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난 후, 그를 데려다가 하나님의 도를 자세히 풀어 가르쳤다. 여성인 브리스길라가 남자 선생을 가르쳤던 것이다. 여기서 브리스길라에게 사용된 단어는 ‘에크티데미’(ektithemi)인데, 이는 신약에서 모두 네 번 등장하며 모두 사도행전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그 의미는 ‘풀어 이르다’(18.26), ‘설명하다’(11.4), ‘강론하다’(28.23). 11장에서는 베드로가 자신의 환상을 유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설명할 때 사용했고, 28장에서는 바울이 로마에서 자기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고 성경을 가르칠 때 사용하였다. 그런데 이 단어가 브리스길라에게도 적용된다면, 그녀는 베드로나 바울과 유사한 위치에서 아볼로를 가르쳤던 것이고, 이런 의미에서 충분히 교사(敎師)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초대교회의 직분 가운데서 우리는 이 브리스길라에게서 여성교사를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고전 12.29). 사실 이런 일은 고대 사회에서는 매우 흔치 않은 일이었다.

철저하게 남존여비(男尊女卑), 가부장적(家父長的) 사고체계에 젖어 있는 고대세계에서 가르치기는커녕 교육조차 받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참고, 갈 3.28) 여자인 브리스길라가 남자, 그것도 학자이자 선생인 아볼로를 ‘교사’로서 가르쳤다는 것은 당시의 정황을 고려할 때 가히 파격적이요 그래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두고 어떤 이들은 브리스길라를 ‘신약의 드보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바울이 로마서(16.3)에서 브리스길라를 가리켜 ‘동역자’(fellow workers)라고 부르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울은 남자 사역자들, 이를 테면, 마가, 아리스다고, 데마, 누가만을 가리켜 동역자라 하지 않고(몬 1.24), 여자인 브리스길라에게도 동역자란 표현을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것은 초대교회 내에서 브리스길라가 차지했던 위치 및 지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동시에 초대교회 내에서 향상된 여성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암시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도행전 18장은 주요 도시에서의 승리와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아볼로와 같은 약동하는 새로운 지도자들이 교회에 영입되었음을 보여주는, 성공적인 장(章)이다. 여기서 우리는 목사나 선교사가 하는 모든 일이 다 고역(苦役)이나 퇴보, 혹은 고통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승리를 즐거워하되, 모험을 두려워하여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갖지 않도록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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