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모라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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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모라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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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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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인 목사<예장통합 기획국장>


지난 여름, 참 감사하게도 우리나라는 태풍도, 장마도, 지진도 그 어떤 천재지변도 없이 잘 지냈다. 가까운 이웃나라 대만은 태풍 모라곳으로, 인도네시아는 지진으로, 사모아의 섬나라들은 쓰나미로 많은 피해들을 입었고 아직도 그 복구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천재지변에 따른 어려운 상황들을 보면서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자연이 역으로 인류를 공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망가뜨리니 그 아름다웠던 창조물들이 우리를 향해 반격을 가하는 그런 무서운 느낌들….

지난 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만 장로교회를 방문하여 태풍 모라곳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왔다. 세계선교협의회(Council for World Mission)의 총무인 Desmond van der Water 목사님, 회계인 홍콩 교회의 Eric So 목사님과 함께한 연대 방문이었다.

월요일 타이베이 공항에 도착하여 시내의 YMCA호텔에 투숙할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험난한 여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튿날 오전 9시 30분 고속기차로 타이베이 역을 출발하여 가오슝 역에 11시 20분에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즐거운 여행을 떠나온 듯 했다. 가오슝 역에는 대만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부눈 족 노회의 총무인 이두 목사가 마중 나와 있었다.

우리는 곧 오래된 9인승 승합차에 태워지고, 태풍 모라곳 피해지역인 나마시아 부눈 지역을 향해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갔다. 나마시아 교회에서 도착예배를 드리고 점심식사를 한 후 드디어 본격적인 태풍 피해지역 답사에 들어갔다. 

길이 없어졌다. 계곡을 건너던 다리도 영화 속에서 보는 것처럼 구부러진 채 였다. 양쪽의 산들은 마치 뚝 잘려진 것처럼 흙더미가 밀려나온 모습이다. 계곡 바닥에는 짚더미만한 바위부터 작은 돌들, 자갈과 모래로 가득차 있다. 어디가 길인지 도저히 알 수 없는 곳을 운전하시는 이두 목사님은 능숙한 솜씨로 운전해 나가셨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천정에 머리가 닿을 듯이 펄쩍 뛰어오르기를 반복하며 창밖의 어이없는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약 두 시간 반 이상 달린 후 우리는 나마시아 지역 내의 태풍 피해지역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부눈 족의 공동체가 있었는데 그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그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집들은 이미 한차례 물에 잠겼었고 산사태로 인하여 집의 기반이 약간씩은 비틀어져 안전하지 않다는 정부의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지만, 대대로 살아오던 조상들 땅을 떠나는 일이 몹시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심각하게 집이나 가옥이 침수되고 쓸려나간 사람들은 정부의 이재민 대책에 따라 퐁샨에 있는 군대 캠프로 이미 옮겨진 상태였다.

모라곳은 강한 비를 사흘간 들이 부었고 이는 곧 심각한 산사태로 이어져 인명과 재산을 뺏어갔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고향을 영원히 없애버렸다. 구호품을 배분하고 이재민을 돕는 구호센터로 변한 교회에서 만난 한 원로 목사님은 “차밭을 만드느라 너무 많은 나무를 무분별하게 베었고, 온천을 개발하여 관광수입을 올리느라 정신을 빼앗겨 우리가 정말 잃어버리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왔다”며 한숨 지으셨다. 그 날 밤 11시에 숙소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심하게 흔들리는 승합차를 10시간이나 타야했고 또다시 그 다음날도 흔들리는 승합차로 여덟 시간 이상 달려야 했다. 차를 타고 한번 방문하는 일에도 녹초가 된 우리들은 길이 끊기고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이들 앞에서 말을 잃었다.

하나님께서는 왜 태풍 모라곳을 이렇게 정면으로 대만의 남부지역을 강타하게 하신 걸까? 하나님은 우리들을 벌하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경고하심으로 구하시려는 것인가? 이 태풍의 피해를 보며 과연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들어야 할까? 우리가 깨닫고 들어야 할 하나님의 목소리를 간절히 기다리게 되는 그런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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