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51) 유대인들의 배척과 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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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51) 유대인들의 배척과 그 결과
  • 승인 2005.10.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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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 저주 사건 이후 등장하는 일련의 기사는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의 논쟁을 배경으로 한결같이 유대인의 메시야 배척과 이방인의 구원에 관한 내용들이다. 예수님의 권세에 대한 질문(마 21:23-27), 두 아들 비유(마 21:28-32), 악한 포도원 농부의 비유(마 21:33-46), 왕실 혼인잔치의 비유(마 22:1-14). 사실 주님이 체포되기 전까지 예루살렘에 머무는 동안 유대 종교 지도자들과의 이러한 논쟁은 계속 이어지다가, 그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쏟아지는 23장에서 절정에 이르게 된다.


사실 마태복음은 회당(유대교)과의 갈등 속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비판의 정도가 다른 복음서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에 대한 몇가지 예를 들면, 마 23장에서는 일곱 개의 재앙이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에게 쏟아지고 있고, 마 5-7장의 산상설교에서는 외식(外飾)하는 자, 즉 ‘위선자’로 고발되고 있으며, 마 13:19에서는 ‘악한 자’로 등장하고 있다.


다음의 두 구절은 유대인들의 배척과 그 결과를 여실하게 나타내 보여준다. 마 8:11-12(“또 너희에게 이르노니 동서로부터 많은 사람이 이르러 아브라함과 야곱과 함께 천국에 앉으려니와, 나라의 본 자손들은 바깥 어두운데 쫓겨나 거기서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마 21:43(“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의 나라를 너희는 빼앗기고 그 나라의 열매 맺는 백성이 받으리라”). 유대인들을 위한 복음서로 알려진 마태복음에 오히려 유대인들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상당한 아이러니(irony)가 아닐 수 없다.


유대인들에 대한 이러한 비판과 맞물려, 마태복음에는 이방적 요소가 많이 산재해 있음도 사실이다. 그 중에는 우리가 이미 살펴본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주님의 족보 중 이방 여인들의 등장, 동방박사의 아기 예수 방문, 이방인들의 믿음에 대한 주님의 칭찬(로마 백부장 = 마 8:5-13, 가나안 여인 = 마 15:21-28) 등. 그 외에 씨 뿌리는 비유에서 밭을 ‘세상’(헬, kosmos)이라고 표현한 것(마 13:38)과 결정적으로 승천하면서 주신 선교 명령(마 28:18-20)은 마태복음의 이방적 성향을 가리키는 주요 증거들이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마 28:19)에서 족속(헬, ethne)은 곧 이방을 의미하는 단어다.


이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어떤 이들은 마태복음이 유대인을 위해 기록된 복음서가 아니라, 저자 또한 개종한 이방인으로 간주하며 오히려 이방인을 위해 이방인의 시각에서 기록됐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마태복음에서 발견되는 유대인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이러한 이방적 성향은 마태복음이 유대인이나 이방인 어느 한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두 민족 모두를 아우르는 보편적 복음서임을 천명한다.


이런 시각에서 마태복음의 유대인 비판은 그 자체로서 구속사적 계획에 있어서 유대인들의 자리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듭되는 호의를 거절한 그들의 과거에 대한 심판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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