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상세하게 설명된 가나안 정복 전쟁은 여리고와 아이와 기브온에서 있었던 전쟁이다. 여리고성은 가나안의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아이성은 이전에 있었던 여리고성 점령과는 대조적으로 어이없이 실패한 전쟁이기 때문에, 기브온의 경우는 자신들과 평화협정을 맺은 우방을 끝까지 지켜주어야 한다는 신앙적 명문이 분명하게 드러난 전쟁이기 때문에 특별한 사건이었다.

상세하게 기록된 이 세 전쟁을 통해 여호수아서가 강조되고 있는 점은, 가나안 정복이 하나님께서 주도하신다는 것과 그런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이스라엘이 해야 할 일이 크고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런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이스라엘이 승리를 얻는 비결은 철저하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여리고성을 도는 일, 마지막 날 일시에 함성을 지르는 일, 점령한 성을 완전히 불태우고 전리품은 모두 하나님께 바쳐야 하는 일 등은 이스라엘이 순종해야 할 하나님의 명령이었다.

그런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이스라엘은 곧바로 패전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비록 잘못된 판단에 의해 맺은 언약이기는 해도 기브온과의 유대관계를 끝까지 지키는 것 역시 이스라엘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통해 효율적으로 가나안 남부지역을 점령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셨다.

아모리 다섯 왕들이 연합군을 결성해 대항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여호수아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전체 지역을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막게다 굴에 숨어 있던 아모리의 다섯 왕들을 처형시킨 여호수아는 그 지역의 중요 도시 일곱을 차례대로 점령해 나간다. 그런 점령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앞부분 내용이다. 막게다에서 시작된 여호수아의 진격은 립나와 라기스와 게셀과 에글론과 헤브론과 드빌로 이어졌다. 이들 일곱 도시들은 유다산지와 ‘세펠라’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우리말 개역성경에서 ‘평지’로 번역된 ‘세펠라’는 유다산지와 해안 평야 사이에 위치한 구릉지로서 해안지방과 유다산지를 이어주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런 내용과는 대조적으로 뒷부분에는 여호수아에 의해 점령된 남부지역이 짤막하게 요약돼 있다. 40절에는 “온 땅 곧 산지와 남방과 평지와 경사지”가 언급되고 있고, 41절에는 “가데스 바네아에서 가사까지와 온 고센 땅을 기브온에 이르기까지”로 되어 있다. 여호수아가 점령한 지역은 남쪽으로 가데스 바네아에서, 북쪽으로는 가나안 중앙부에 해당되는 기브온에 이른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지중해 해변에 위치한 가사에서, 동쪽으로는 예루살렘과 헤브론이 위치한 유다산지까지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남부지역에서 실제로 점령한 곳은 헤브론을 포함해 일곱 도시였다. 그러나 성경은 남부지역 전체가 정복됐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게 기록된 것은 당시 그 일곱 도시가 그 지역의 거점 도시 역할을 했고 그런 도시의 영향력이 주변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의 초기 전도활동도 주요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나님 나라의 확장은 전체에 관심을 두되 전략적으로 중요한 거점 지역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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