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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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22)
  • 승인 2005.02.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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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법(母法)인 십계명에 이어 부수적인 법률이 소개된다. 히브리인을 종으로 부릴 경우, 6년이 지나 7년 째가 되면 안식년이므로 그를 해방시키되 빈손으로 내보내지 말고 아내와 함께 내보내야 한다. 종이 상전과 함께 살기를 고집하면 그를 영원히 종으로 만드는 절차를 거칠 것을 규정하고 있다(출 21:1~11). 살인에 해당되는 죄 가운데 그 아비나 어미를 죽인 자는 반드시 죽일 것을 명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려졌다. 우리 나라는 노인들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부모를 잘 섬기는 나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어떤가? 기독교인들이 전 인구의 1/4을 넘는다고 자랑하면서도 사회는 점점 악해져만 가고 살벌해진다.


하나님의 법은 부모를 잘 섬길 것을 명하고 있다. 부모를 죽인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출 21:17). 그것은 천명(天命)이다. 생명을 준 부모를 죽인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법은 우리가 잔인하다고 여기는 이른바 ‘보복법’이다(출 21:24~25).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앙갚음하라는 보복법은 규율이 엄했던 유목 사회의 잔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보복법은 모든 경우에 한해서 적용된 법은 아니다. 그 배경이 되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이 서로 싸우다가 아이를 밴 여인을 쳐서 낙태케 했을 때 아무런 해가 없더라도 남편의 청구대로 벌금을 내야 하며, 다른 해가 있다면 갚되 생명은 생명으로 갚으라는 것이다(출 21:22). 그리고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그 생명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의 생명’이다. 태아의 생명을 해친 사람은 이미 성인이 된 사람도 죽어야 한다. 이 얼마나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는 법인가?


오늘날 낙태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된 사회는 소망이 없다. 아무리 선진 사회가 되어 잘 산다고 한들 생명이 경시되고 무시되는 사회라면 더 이상 어떤 소망이 있겠는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 사람의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가 될 때 이 땅은 하나님이 원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보복법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사람들 간에 발생하는 소유권 문제와 배상에 대한 규정(출 21:26~22:15)에 이어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소개된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 줄 때 이자를 받지 말라는 것이다(출 22:25).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태어난다. 그것은 어느 누구도 본래 자기 재산이 없는 상태로 왔다가 남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웃의 도움으로 재산을 모았으니 이웃이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요 하늘의 가르침이다. 우리의 모든 것은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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