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먼저 사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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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먼저 사과하자
  • 승인 2009.09.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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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 고슴도치 두 마리가 동굴에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에게 다가갔다. 서로의 체온으로 온기는 느낄 수 있었지만 가시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번에는 거리를 두고 다가갔다. 가시에 찔리지는 않았지만 추위는 피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두 마리의 고슴도치는 어느 정도 추위도 이기고 상처를 받지 않는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나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상처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매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허물이 없다보니 상대의 입장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게 되고 설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꼭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것이라며 상대의 기분을 전혀 헤아리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가까울수록 하기 힘든 말이 ‘미안해’라는 말이라고 한다.

인간관계가 살아 움직이듯 사랑 역시 생물이다. 오늘 사랑했다고 내일도 그 사랑이 영원하리란 법은 없다. 그래서 사랑은 잘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랑을 가꾸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진실을 담은 사과이다. 진실을 담은 사과를 통해 어색했던 관계가 회복되고, 상호 신뢰의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어 상대와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사과를 두려워하고 겁낼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가 소개하는 링컨의 예를 통해 사과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본다. 남북전쟁 당시 수도방위 경비를 담당하던 스콧 대령이 링컨 대통령을 찾아왔다. 아내가 증기선 충돌사고로 사망한데 따른 휴가를 신청하기 위해서이다.

대령은 처음 연대장에게 휴가를 신청하였으나 급박한 상황이라 그 휴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령은 이에 굽히지 않고 국방장관에게 요청했으나 거절되자 급기야 링컨 대통령을 찾게 된 것이다. 대령은 링컨 대통령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링컨은 대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불같이 화를 냈다. 대령은 크게 좌절하여 자신의 막사로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대령은  막사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링컨 대통령이었다. 링컨은 “스콧 대령, 어제 저녁 나는 사람도 아니었네. 정말 할 말이 없네." “어제는 너무 심신이 지쳐 있었네. 그렇다고 해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아내를 잃어 실의에 빠진 사람을 그렇게 험하게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는데. 밤새 후회하면서 뒤척이다가 용서를 청하러 이렇게 왔네."라며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장관에게 연락하여 부인의 장례식에 갈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두었고 대령을 자신의 마차에 태워 친히 포토맥 부두까지 배웅해 주었다고 한다. 링컨은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다음날 이른 새벽 사과함으로써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한서대학교 대우교수·유아다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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