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공성신퇴(功成身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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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공성신퇴(功成身退)
  • 승인 2008.12.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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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려울 때는 잘 뭉치고 서로서로 힘을 합쳐 나가지만 일이 잘 풀리고 승리를 얻었을 때 관계가 깨어지기 쉽다. 토사구팽(兎死拘烹)이란 고사가 있다. “토기를 잡으니 그 토끼를 잡는데 사용하였던 사냥개는 잡아먹힌다”라는 의미를 가진 토사구팽은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재상이었던 범려가 사용한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한신의 고사가 더 알려져 있다.

한학에 정통한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한고조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은 휘하에 유능한 참모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략의 대가인 작전참모 장량, 야전군사령관 한신, 물자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군수참모 소하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지략과 용맹과 헌신이 항우라는 거함을 침몰시킬 수 있었다. 이들 3인방은 한나라 개국 공신이었지만 그들이 성공을 누린 방법은 모두 달랐다.

장량은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고는 아무런 공도 주장하지 않고 낙향하여 천수를 누렸지만 한신과 소하는 함께 공을 누리려다가 끝내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한신은 아낙네에 의해 죽임을 당하면서 토사구팽(兎死拘烹)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공을 자랑하고 누리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 그래서 성공을 함께 나누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힘든 일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위대한 사람은 성공을 이루고도 그 성공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진정 성공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고 누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 공에 대한 집착이 강하면 강할수록 내게서 멀어진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현명한 사람들의 인생 전략에는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지 않고 묵묵히 겸손함으로 일관한다는 공성신퇴(功成身退)의 정신이 있다.

공을 이루었을 때 자신을 감추기는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힘들다. 근간에 야기되고 있는 각종 문제는 공성신퇴가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어려울 때, 눈물 젖은 빵을 먹을 때는 그렇게 하나님께 매어 달리던 사람이 먹고 살만하고, 나름 명예도 따라오자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의지하는데서 오는 연유라 생각된다.

공성신퇴(功成身退)가 아니라 공성신퇴(功成神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을 이루고 나니 자신이 물려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공성신퇴는 어쩌면 남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에게 당부하는 말이 되어야 한다.

매일매일 십자가 앞에서 자신을 죽이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정말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한서대학교 대우교수·유아다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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