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순망치한(脣亡齒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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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순망치한(脣亡齒寒)
  • 승인 2008.10.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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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치원 원장님이 이런 말이 한 적이 있다. “저에게는 모든 아이가 다 소중합니다. 아이들은 그가 지닌 소질에 따라 잘하고 못하는 분야가 생겨나지만 누가 뛰어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명 한명이 있기에 모든 아이들이 소중한 존재로서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 말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차츰 차츰 그 의미가 가슴에 새겨져 옴을 알게 되었다. 오우삼 감독의 역작 적벽대전을 보면 조조가 촉(蜀)을 공격하려는 낌새를 눈치 챈 제갈공명이 오(吳)나라의 도움을 구하기 위하여 오나라로 건너가 대신들과 설전(舌戰)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공명은 오나라 대신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는 고사를 예로 들며 오나라와 촉나라의 동맹을 제의한다. 순망치한은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촉나라가 조조의 위나라에 의해 망하게 되면 인접에 위치한 오나라에게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며 동맹을 권유하고 있는 말이다. 촉나라가 비록 힘이 없고 초라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촉이 없어지면 오나라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제의이다.

우리들은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직접,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있다.

흔히들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는 어떻게 해서든지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무관심하거나 소홀해지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그들이 내 주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고 위안을 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는 세상 이치 중 하나는 나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사람들이 실상은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잘 난 사람들이 대우를 받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밉고 보기 싫더라도 그 사람을 인정해 주어야 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 사람이 있기에 내가 있고 그로 인해 나라는 존재가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빚으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이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보여주는 길이며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거룩한 사명이라 생각된다.

<한서대학교 대우교수ㆍ유아다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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