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를 향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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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나라를 향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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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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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얼마 전 미국의 저자인 터커라는 분이 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작은 교회’라는 책을 읽다가 가슴에 와 닿은 구절이 있었다. “지금 당장 없애도 하나님 나라에는 전혀 손해가 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교회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지…….” 교회가 점점 규모와 효용에 의해서 휘둘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가 한 말이다.

많은 사람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사용자 편의만 맞추다 보니 ‘남을 돌보는 제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적인 교회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큰 교회가 바로 성공한 교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개종자를 얻으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가 서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한국교회가 세계에서 이런 방면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많은 사람을 교회당으로 모을 수 있는 교회가 좋은 교회인 것처럼 인식되는 한국의 현실에 너무나도 와 닿는 말인 것 같다. 규모와 효용중심의 세계관, 그리고 모든 것을 사용자 중심에 놓으려는 교회의 행정들이 우리 가운데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을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가끔 이러한 생각이 든다. ‘목사가 예배 순서를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혹시 성도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닐지. 아니면 두 시간 간격, 또는 한 시간 반 간격으로 이어지는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혼란 없이 잘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시간이라는 예배 시간을 어떻게 맞추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은 아닐지. 시간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는 대형 교회에서는 아마도 이러한 고민이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배 가운데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느끼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사치스러운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다.

전에 규모가 큰 교회에서 협동목사를 잠시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한 달에 한 번 저녁 예배 시간에 성찬식을 거행했던 적이 있다.

성찬식이 있는 날이면 예배 전에 부목사와 장로들이 모여서 준비를 한다. 그 준비는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짧은 시간에 주님의 살과 피를 나누어줄 수 있을까 하는 작전을 짜는 것이다.

그러면 각 개인별로 구역이 나누어지고 간단한 요령이 전달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지는 이러한 성찬식에서 과연 우리 교인들은 무엇을 느낄까.

지난 주일에는 어느 전도사님이 개척하여 시무하시는 교회에 가서 성찬식을 인도하였다. 열 명의 성도들이 모여 있는 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성찬식은 엄숙하고 거룩하게 이루어졌다.

일 년에 겨우 두 번 외부에서 목사님을 초빙해서야 이루어지는 성찬식은 모두에게 기다려오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성찬 떡을 나누는 시간, 그 떡을 조심스럽게 집는 손들은 너무나도 투박하였다. 시장에서 장사하고, 노동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손들은 때에 찌들고 부어서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그 손을 내려보며 “이것은 주님의 살입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예수님이 정말 필요한 곳이 어디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성찬의 의미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교회가 생각하는 목회는 무엇일까. 모두가 큰 교회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많아도 그 교회가 없어져도 하나님 나라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그런 교회가 아니라 그 교회로 말미암아 하나님 나라가 지탱되어지는 그런 교회가 대한민국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그것이 주님이 바라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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