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학교 세워 비폭력 교육 실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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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학교 세워 비폭력 교육 실현 꿈꾼다”
  • 정재용
  • 승인 2009.09.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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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단체 탐방 // 분쟁지역 평화를 위해 살아가는 청년공동체 ‘개척자들’
▲ 평화를 사랑하는 ‘개척자들’은 무슬림 청년들도 자원봉사에 함께 참여하는 세계 유일의 선교단체다.


 

작은 기도모임에서 7개국 청년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조직으로 확대


경기도 양평에 자리 잡은 조그만 평화공동체 ‘개척자들’(The Frontiers, 대표:이형우). 재난과 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청년공동체다.

1992년 보광중앙교회 청년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개척자들은 당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분출되면서 722명의 사상자가 생겨나자 청년부 담당 전도사였던 송강호간사와 함께 필리핀 현지로 답사를 떠나면서 시작됐다. 그곳에서 용암이 강같이 흘러 가족과 집, 삶의 터전을 모두 잃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본 청년들은 송강호간사와 함께 교회에 모여 기도회를 가지면서 평화사역의 기초를 기도로 쌓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1994년 주축멤버였던 송강호간사가 독일 유학길에 올랐지만 기도회는 쉬지 않고 계속됐고, 분쟁지역이 생기면 독일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청년들은 르완다 사태를 계기로 기도를 하고 있던 아프리카에 현지답사를 떠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다.

송강호간사와 함께 이형우, 김백제, 김상민 3명의 청년들이 함께 분쟁지역을 돌며 받게 된 충격은 엄청났다. 이형우대표는 평화를 가르쳐야겠다고 결단하게 된 당시의 상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음을 전했다.

“처음에는 르완다로 떠났는데 국경이 봉쇄돼서 주변국들을 돌아보게 됐어요. 에이즈로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버린 우간다, 내전으로 고통 받는 부룬디, 혼란에 빠진 소말리아, 케냐, 탄자니아 등 고통의 현장들을 돌아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러던 중 탄자니아에서 투치족과 분쟁 중이던 후투족 어린이들이 ‘투치족을 잡아서 귀와 코를 잘라서 먹자’는 폭력적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게 됐죠. 그때 바로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기 위한 평화학교를 꿈꾸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죄를 씻기 위해 이 세상에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 그런 예수님을 증거하기 위해 그들의 삶은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를 위한 모습들로 보여지고 샬롬을 회복하는 선교의 삶을 살아가려는 결단들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90년대 말 동티모르 사태가 터지자 허철, 박호용, 박희은, 김현일, 박병규, 정한주 등 6명의 청년들이 평화캠프 자원봉사자로 섬기기 위해 자신의 삶을 조금씩 내려놓았다. 그때는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결혼해 가정을 꾸린 청년들도 있었으며 사역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한 청년들도 있었다.

작은 희생을 통해 많은 것을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캠프 참가자를 모집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이대표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철인3종 경기를 해야 하고 적지 않은 비용까지 부담하며 동참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결국 홍보에 직접 뛰어든 청년들이 명동 한복판에서 ‘미친 사람을 찾습니다’ ‘죽을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보드를 들고 다니며 76명의 한국인과 2명의 독일인으로 구성된 팀을 꾸릴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힘들었지만 본격적으로 첫 평화캠프를 시작한지 10년이 지난 지금 동티모르에서 현지 대학교와 함께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고 사진전시회와 음악회를 열기도 하며 첫 발을 디뎠던 당시보다 평화를 위한 활동들을 더 많이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지금은 2004년 쓰나미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에도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공생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르모므파캇’을 세워 평화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이한 것은 외국인 청년들과 타종교 청년들이 자원봉사자로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다.

“일본, 대만, 미국,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평화를 위한 사역에 동참하고 있으며, 타종교 청년들, 특히 무슬림 청년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다른 선교단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에요.” 개종하면 쫓겨나는 무슬림 지역 특성상 개척자들은 모든 종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고 나누고 함께 협력하며 진정한 평화의 공동체 모습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스탭들이 사역하는 현장의 모습도 동일하다.

총 11명이 함께 생활하는 경기도 양평의 본부는 결혼한 스탭 3명과 그 가족, 미혼인 스탭 8명이 함께 먹고 자고 24시간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례비가 전혀 없는 단체 특성상 공동체생활이 재정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며 웃음 짓는 이형우 대표. 사실 함께 일하는 청년 간사들에게 휴대폰 사용료와 한 달에 한번 친구들을 만나 영화보고 밥 먹을 수 있는 용돈정도를 주는 것이 전부이기에 미안한 마음도 적지 않다.

전적으로 후원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희생하며 살아가는 것이 예수님으로부터 배워서 실천하는 그들의 모습이다. “한때는 24인용 군용텐트를 치고 산적도 있어습니다. 함께 후원자들을 위해 된장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다른 모습에 부딪히기도 해요. 하지만 공동체는 서로 실망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내가 이정도 밖에 안 되는구나 지혜롭게 이겨내야지’ 다짐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개척자들에는 대표가 없다. 서류상에 대표가 한 사람 필요해서 송강호간사에 이어서 이형우 대외협력팀장이 잠시 맡고 있는 것뿐이다. 위험지역에서 지뢰를 제거하며, 평등하게 교육받지 못하는 모슬렘 지역의 여자 아이들을 돌보고, 분쟁지역에서 평화를 가르치며 차이와 차별, 폭력과 비폭력이 구분되기를 소망하는 이들에겐 평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최전선의 동역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대표인 것이다.

지금도 개척자들의 기도회는 계속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7시 30분 대광고등학교 내 나들목교회에는 30여명의 청년들이 모여 분쟁지역의 긴급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위해, 또 평화를 위해 함께 동역할 수 있는 청년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피스메이커가 되기를 원하는 청년들. 모든 사람들이 평화에 대해 함께 고민해나가길 소망하는 청년들. 개척자들은 “평화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그들과 친구가 되자”며 우리의 친구 되신 예수님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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