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만루 홈런보다 함께 기도할 수 있어 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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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만루 홈런보다 함께 기도할 수 있어 더 감사해요”
  • 정재용
  • 승인 2009.08.2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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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도로 프로야구 최초의 만루 홈런을 만든 장윤진 권사<이종도선수 부인>

우리나라에 야구가 전해진 것은 1905년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가 횡성기독교청년단 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77년이 흐른 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는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며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시구로 MBC 청룡(현 LG 트윈스)과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멋진 경기로 손꼽히는 이날 경기는 이만수선수(삼성)의 프로야구 1호 홈런으로 시작해 연장 10회말 7대7, 투아웃 주자 만루라는 부담감을 안고 타석에 들어선 이종도선수(MBC)의 만루 홈런으로 프로야구를 화려하게 출범시켰다. 그라운드에 관중들이 난입해 이종도선수를 업고 야구장을 돌 정도로 온 야구팬들이 환희를 만끽했던 그 순간 관중석 한켠에서는 이종도선수의 부인 장윤진권사가 기도를 하며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기도를 하고 있었기에 만루 홈런의 순간을 보지도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기뻤던 장윤진권사는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렸다.

“사람들은 제가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티내면서 신앙생활한다고 비웃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 이루시는 걸 알고 있는데 매 순간마다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믿음의 가정에서 모태신앙으로 자랐던 장윤진권사(수지방주교회, 장권태목사)는 1977년 당시 아마야구에서 타격과 수비, 빠른 발까지 고루 갖춰 최고의 포수로 주목받던 이종도선수와 결혼하면서 남편을 위해 기도하는 아내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금식기도를 통해 응답받은 만루 홈런부터 남편과 함께 매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기까지 장권사는 자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의 모든 이유가 하나님으로부터라고 고백했다.

“남편은 전통적인 유교집안에서 자란 사람이었어요. 부모님께서 ‘믿지 않는 집안에 시집가서 어려운 상황들을 모두 이겨낼 수 있겠느냐’고 걱정을 조금 하시기는 했었지만 저를 많이 믿어주셨어요. 저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믿었었는지 믿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이 두렵지가 않았어요.”

질레트 선교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야구가 자리 잡았듯 이종도선수의 삶에는 부인 장윤진권사의 기도가 믿음의 씨앗이 돼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그 믿음의 씨앗이 된 첫 번째 사건이 바로 프로야구 출범 첫 경기 첫 만루 홈런의 주인공이 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한다고 해서 개막을 앞두고 처음으로 30일 동안 금식기도를 드렸어요. ‘하나님! 프로야구에서 첫 홈런을 치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좋은 선수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죠. 그런데 금식기도를 마치는 마지막 날 꿈에서 누군가 저에게 꽃다발을 한가득 안겨주는 꿈을 꿨어요.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보다’고 기대를 하고 야구장에 갔죠.”

야구장에서 두 손을 모으고 남편의 홈런을 기다리던 장권사는 곧 실망을 하고 말았다. 상대팀의 4번 타자 이만수선수가 첫 홈런을 장식한 것이었다.

“너무 서운하더라고요. 남편이 첫 홈런을 치면 좋겠다고 크게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더욱 그랬죠. 그런데 연장 10회말 동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남편이 타석에 들어서는데 첫 홈런은 못 쳤지만 첫 만루 홈런을 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아마야구에서도 1000호 홈런을 날리며 행운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리던 남편이었기에 장권사의 기대가 허황된 꿈은 아니었다. 또 남편이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프로야구가 시작됐기 때문에 아내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응원이었던 것이다.

“홈런을 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난리가 난거에요. 큰 소리에 놀라서 눈을 떠보니 남편은 벌써 3루를 돌아서 홈으로 들어오고 있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고 기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하나님께서는 첫 홈런보다 더 기억에 남을 첫 만루 홈런으로 장윤진권사의 기도에 응답해주신 것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개막전에서 역전 만루 홈런을 치며 MVP의 영광을 차지한 남편 주위에는 외국에서 취재 온 기자들까지 몰려들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축하인사가 쇄도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척들까지 뉴스를 보고 전화가 왔어요. 미국까지 남편이 친 만루 홈런 소식이 전해졌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제가 구한 것보다 더 큰 축복으로 응답해주셨는데 첫 홈런을 뺐기고 서운했던 제가 부끄럽기도 했어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만루 홈런의 환희를 느낄 수 있게 한 그날의 홈런은 장윤진권사의 기도에 응답하신 하나님의 작품이었다. 이후로도 남편의 모든 삶은 아내의 기도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이뤄져갔다.

“한번은 눈에 공을 맞아서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어요. 서울대학병원에 갔는데 실명할 수도 있다고 해서 목사님과 함께 눈물로 기도를 했죠. 그런데 기적처럼 깨끗하게 나았어요. 다시 한 번 기도하면서 하나님만 의지하면 된다는 것을 체험했죠.”

6년이라는 프로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남편은 프로에서 수석코치로 고려대학교에서 7년간 감독직을 맡았고 장윤진권사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가 된 남편을 또 다시 기도로 후원했다.

“고려대학교 야구 감독을 맡은 7년 동안은 연세대학교와의 정기전의 결과를 꿈으로 미리 보여주셨어요. 보통 대학리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정기전만큼은 사람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선수들과 감독 모두 경기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라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꿈을 통해서 결과를 미리 알려주시고 남편이 용기를 잃지 않고 하나님의 계획하심대로 더 기도하면서 따라갈 수 있도록 하셨던 것 같아요.”

한번은 꿈에 길에서 쓰러진 여인을 비켜가는 꿈을 꾸고 남편에게 이번 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다고 기도하면서 경기에 임하라고 당부했는데 그 경기에서 연세대학교 포수가 쓰러져 한 시간이 넘게 지연됐다. 경기의 흐름이 유리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경기를 무효화 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를 배려하면서 재개된 경기는 비록 졌지만 아내를 통해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알고 있었기에 이종도선수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 일들이 있고나서는 경기 전에 ‘이번에는 하나님이 뭐래?’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왜 꿈을 당신에겐 보여주시면서 나는 안보여주시지?’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해요. 그러면서 더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순수한 믿음을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함께 기도했죠.”

사실 남편 이종도집사는 주일마다 경기가 있고 1년 중 집을 떠나 있는 날이 더 많아서 신앙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남편은 자녀들에겐 만점짜리 아빠에요. 아들은 ‘아버지가 희망’이라고 하고 딸은 ‘아빠 같은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니 부모에게 그보다 더 좋은 칭찬이 어디 있겠어요. 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서 지내다보니 미안한 마음에 가족들에겐 잘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신앙생활은 거의 하기가 힘들었어요. 주일마다 경기가 있고 지방으로 원정을 가거나 훈련을 가야하기 때문에 큰 장애가 됐죠.”

3년 전 프로를 떠나 신앙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하나님께서는 남편에게 세상에서의 인간관계를 통해 얻는 것들이 있었다면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 버려야 할 것들도 많다는 것을 가르쳐주셨다.

“남편이 프로를 떠나 2년 동안은 해설을 했고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인스트럭터로 일하고 있는데 세상에서의 자리는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편이랑 함께 손잡고 새벽기도를 가는데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때로는 좋은 관계, 좋은 자리를 위해서 술자리도 가져야 했던 남편이지만 이제 그것보다 더 크고 기쁜 은혜를 체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벽기도를 위해 술자리도 피하고 새벽기도를 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하심을 항상 감사하면서 3년 동안 기도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남편은 올해 안수집사가 됐다.

“요즘은 남편이 목사님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을 너무 좋아하고 은혜도 많이 받아요. 오늘은 하나님께서 우리 목사님을 통해서 또 어떤 말씀을 전해주실까 기대를 가지고 교회로 향하는 남편을 보면서 저도 ‘하나님! 이종도 아들이 믿는 그 예수님을 만나고 그 음성을 듣고 간증하면서 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해요. 하나님께서 어떻게 사용하실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남편이 만루 홈런을 칠 때도 눈이 멀까봐 두려워 할 때도 항상 함께 하셨던 하나님이셨기에 부족한 모습이 있어도 있는 모습 그대로 꾸밈없이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정을 위해 항상 기도하는 장윤진권사. 남편과 자녀들 모두 죄인 된 모습 가운데서도 예수님의 향기를 내며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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