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 돈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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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과 돈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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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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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교수<전북대학교, 철학과>

재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표가 된다. 일부에서는 재물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은혜로 주시는 선물이지 결코 목표로 추구해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생각이요 성경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죄성으로 인해 재물 역시 땀 흘러 노력하지 않고서 얻어지지 않는다. 또 대부분의 신앙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게 현실이다.

재물이 단지 은혜의 선물이라면 신앙인의 이러한 모든 노력은 부질없는 짓이요 또 마땅히 정죄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도 바울조차도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다. 재물을 얻기 위한 노력은 신앙적으로 정당하다. 돈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하나님은 재물 자체를 비난하지 않으신다. 재물은 복음 전파와 이웃 사랑을 위해 얼마든지 선하게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부자됨’ 자체는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부자가 되느냐?’의 물음이다. 이 물음에는 다시 두 가지 물음이 함의되어 있다. 하나는 수단의 물음이요, 다른 하나는 목표의 물음이다. 즉, 부자가 되는 데 어떤 방법을 사용하였느냐의 물음이 전자의 물음이다. 이 문제는 비교적 성경적으로 답하기가 쉽다. 하나님의 말씀에 어긋난,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물을 모으는 것은 분명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다.

반면에 후자의 물음은 부자됨을 삶의 목표로 적극 추구할 수 있는가의 물음을 말한다. 이 측면에서 보면 부자가 되는 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부자를 목표로 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일한 결과 사업이 성장하여 저절로 부자가 되는 길이다. 깨끗한 방법이 무엇이냐, 현실적으로 이런 일이 가능한가의 물음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제 몇 가지 문제는 성경적인 관점에서 분명해졌다.

첫째, 수단의 문제와 관련하여, 깨끗하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여 부자가 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바르지 않으나 깨끗한 방법을 이용하여 부자가 되는 것은 성경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둘째, 목표의 문제와 관련하여, 의도적 노력 없이 열심히 일한 결과로 저절로 부자가 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어긋나지 않는다. 이는 정말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이다. 분명한 의도를 갖고 깨끗한 방법을 이용하여 부자가 되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삶의 태도는 성경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것이 청빈론과 청부론 논쟁의 핵심 물음이다.

부자됨이 그리스도인의 존재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신앙인의 삶의 목적은 ‘하나님께 영광’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은 공의와 사랑을 실천함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된다. 이러한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비록 깨끗한 부자라 할지라도 부자됨 자체는 분명 신앙인의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목적과 목표는 구분되어야 한다.

목적은 목표를 통해 효과적으로 성취된다. 즉,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에서도 목적이 부분적으로 실현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목적은 목표 성취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예수님은 돈을 소유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고 돈을 섬기지 말라고 말한다. 소유와 섬김은 다르다. 우리는 돈을 소유하면서 섬기지 않을 수 있다. 분명 돈을 섬긴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을 섬길 수 없다. 왜냐하면 돈이 이미 하나님의 자리를 차지하는 우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보이는 돈이 더 큰 매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돈 역시 양질전환의 법칙에 따른다. 다시 말해, 돈이 얼마 되지 않을 때에는 인간이 돈을 지배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한 한도를 넘어서면 거꾸로 돈이 ‘맘몬’이 되어 인간을 지배한다.

우리는 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죄의 본성을 지닌 인간은 ‘돈의 논리’를 거스를 힘이 없다. 오직 성령만이 돈의 논리를 거스를 수 있기 때문에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없는 자에게 부자 꿈은 오히려 그 사람을 옭아매는 올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물음은, 그렇게 되었을 때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물음이다. 무엇이 되느냐의 물음은 꿈이요, 비전의 문제이다. 그러나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는 헌신의 문제이다. 헌신의 마음으로 자신을 무장하지 않으면 동기 부여가 쉽게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선하고 바르게 사용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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