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교회법과 사회법문제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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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교회법과 사회법문제의 본질
  • 이현주
  • 승인 2009.01.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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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교계를 뜨겁게 달군 감리교 사태가 법원에 의해 일단락됐다. 6일 감리교 감독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사회법이 한 교단의 대표를 확정지은 것이다. 그러나 교회법이 출마를 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법에 의해 후보자격마저 상실된 김국도목사측은 사회법이 교단의 주요 사안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교단 분쟁에 사회법이 관여하는 것이 이뿐만이 아니다. 교단 재분열로 갈등을 빚고 있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도 지난 7일 총회명칭 상표권 독점 사용을 인정받는 판결을 얻어냈다. 또 서대문과 양평동이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곧 법원에 의해 교단 재산을 누가 소유하게 되는 지도 밝혀질 전망이다.
 

9일에는 기장총회의 향린동산 매각 사건에 대해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떨어졌다. 교단 내 특별조사위원회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유지재단 재산에 손실을 끼친 것이 확인됐다”며 업무상 배임을 인정했다.

 
이처럼 최근 교계는 교회 안에서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사회법에 맡겨 해법을 찾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사회법의 판결이라는 것이 누가 얼마나 변론을 잘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도 볼 수가 있어 이제 교계에서는 “어느 로펌에 사건을 의뢰했느냐”가 승패를 좌우하며 심지어 기자들은 승소기준으로 매겨진 로펌의 순위까지 외우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접하고 있다. 모두다 사회법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교회 안에서 도저히 해법을 찾을 수가 없다며 강제적인 법의 결정에 의존하는 것이다.
 

각각 다른 내용의 분쟁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교계의 우려는 동일하다. 사회법이 기준이 되면 교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교회 밖으로 가지고 나가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엄격한 사회법의 잣대 속에서 교회 안에서 관례적으로 치러오던 일들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교회가 갈등 사안에 대해 사회법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교회 안에도 엄연한 법이 있고 또 성경에서도 “송사를 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말씀과 기도라는 우리의 신앙적 무기만 있다면 사실 교회 안에서 해결 못할 일도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 교회 안에서는 말씀의 힘보다 명예와 권력, 그리고 맘몬이라는 더 큰 신앙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보다 힘있고 권력있는 교회 안의 세력들을 무서워하는 모양새가 나타나고 있다. 자연히 힘없는 소수의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 굳어진 권력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사회법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사회법이 왜 교회에 간섭하느냐”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외침은 아닌 것 같다. 교회 안에서 정의가 실종되고, 도덕이 상실되는 상황에서 사회법마저 교회를 외면한다면 교회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교회 안의 일이 더 이상 사회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나님의 정의를 세우고 작은 원칙부터 기도로 지켜 나가 스스로 ‘무흠’을 자부할 수 있는 명예로운 교회가 되도록 힘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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