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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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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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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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서초교회>

우리 인생에 수시로 다가오는 고난에 대하여 어떻게 해석하여 받아들일 것인가? 고난에 대한 해석은 목회자에게나 신학자에게나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고난에 대한 해석을 하면서 어느 역사학자가 이런 글을 남겼다. ‘꿀벌이 날아와 꽃으로부터 꿀을 빼앗아가는 순간부터 그 꽃은 수정(受精)되어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꽃을 향하여 날아갈 때 꿀벌은 꽃으로부터 꿀을 빼앗아가려는 것이다. 기나긴 시간 동안 어려움을 인내하며 꿀을 모으고 간직해온 꽃으로서는 가장 귀한 것을 도둑질 당하는 셈이다. 그런데 벌이 날아와서 꽃으로부터 꿀을 빼앗아가야만 꽃은 수정이 되어 열매 맺을 가능성을 얻게 된다.실패와 고난 속에 살아온 만큼 우리는 겸손과 자기부정의 열매를 얻는다.

현실과 세상에서 가능성을 잃어버린 그만큼 우리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가능성을 확장시켜 나간다. 고난과 좌절 속에 과거를 빼앗긴 우리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열매로 얻는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생명을 빼앗긴 순간부터 온 인류는 ‘부활의 열매’에 아주 가까이 다가간다.꿀벌과 꽃에 대하여 말했던 역사학자는 이런 글도 남겼다. ‘어느 사람을 파멸시키려 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먼저 그 사람으로 하여금 물질과 권력에 미치게 한다’는 것이다. 물질과 권력에 과도하게 집착한 인간과 사회는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신앙이나 인격은 나의 내면에 머무는 것이라서 겉으로 금방 드러나지 않는다. 권력이나 물질은 겉으로 금방 드러날 수 있지만 나의 내면으로 들어오지는 못한다.

아무리 많다 해도 권력이나 물질은 나의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많은 권력과 물질을 확보한 인간은, 그 귀한 것들을 나의 내면에 영원히 품을 수 없어서 안타까움 속에 살아간다. 혹시 생각지 못한 시간에 소중한 것을 다 잃어버릴까 불안과 염려 속에 살아가야 한다.물질과 권력에 대한 열망은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갈증과 탐욕을 일으킨다. 그러다 보면 우리 영혼은 미래와 희망보다는 현재와 가시적 증거에 붙들릴 것이요.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는 보이는 세상의 것들을 쫓아다니게 될 것이다.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가르쳐야 한다. 권력과 물질과 현재보다는 미래와 희망과 하나님을 가르쳐야 한다. 현실을 보더라도 미래와 희망으로부터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세상을 보더라도 하나님과 믿음을 앞세워 세상을 보아야 하는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믿음 소망 사랑을 앞세워 살아가야 하는 것이 교회와 성도들의 삶의 방식이다.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는 수치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어두운 나의 영혼을 발견해내기 시작한다. 그 부끄러움이 심한 고통으로 느껴질 때 쯤 우리 영혼은 하나님을 향하여 살아나기 시작한다. 우리 영혼은 자신을 부인하는 만큼 하나님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고 잃어버리는 만큼 나는 하나님께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이 시점에 한번쯤 나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자. 하나님 앞에서 나는 무엇으로 인하여 부끄러워할 것인가? 그것을 생각해보자.세상이 혼란스러운 동안에 귀한 권력을 잃어버려서 그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운가? 글로벌 시대의 경제 위기를 거치는 동안에 많은 물질을 잃어버려서 그것이 가슴 아프고 그것이 부끄러운가? 잃어버릴 만한 권력도 물질도 없이 초라한 인생을 살아온 나의 인생이 부끄러운가? 그 모든 것들은 세상 앞에서 아니면 사람들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들이다.세상을 향한 부끄러움 속에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 사람이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속한 사람들이다.

세상을 향하여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과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 부끄러운 일들이 무척 많았다. 인간과 세상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일들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이제 얼마 남지 않는 2008년의 며칠 동안에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들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한 해를 정리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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