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부르짖으며 개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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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 부르짖으며 개혁 거부
  • 공종은
  • 승인 2008.09.02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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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실행위, 개혁안 대부분 부결

‘대표회장 독주 체제 견제’는 성과

총무-사무총장 정년제 없던 일로

개혁안 부결. 교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표회장 선거 방식 변경, 대 교단 위주의 연합사업과 대표회장 독주체제에 대한 제동, 총무 중심제로의 개편 등 이미 심심찮게 제기되던 문제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기에 그만큼 기대도 컸었다.

한기총 개혁을 위한 움직임이 대표회장의 ‘10억 공약’으로 인해 촉발되긴 했지만 한기총 역사상 처음 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높게 평가할 만 했다. 그러나 개혁특위의 활동이 무색하리만치 ‘보수로의 회귀 본능’은 강했고 “지금 이대로가 좋사오니”라는 구성원들의 의견에 밀려 엉거주춤 주저앉고 말았다.

개혁안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표회장 선거. 현재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대 교단 중심의 선거와 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4가지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미리 열렀던 공청회에서 이미 미움을 샀다. “특정 교단들을 배려한 방안”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 교단의 독주 내지 독식 의지를 차단해야 한다는 중소 교단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반발에 부딪혀 임원회는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권선거 시비를 잠재우기 위한 2억~3억 원의 발전기금에 대해서도 “3억 원의 발전기금을 낼만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돈 없는 사람은 대표회장이 되지 말라는 말이냐”, “1천 교회 이하의 교단의 경우 이 액수는 무거운 액수다”는 등의 원색적인 시비가 쏟아졌다. 현행대로 5천만 원으로 하기로 했다.

“금권선거 때문에 발전기금을 상향조정했다는 것은 선거관리 규정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고, 현재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금권선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지적들도 뒤따랐다.

결국 현 선거제도로 하고 “실행위원 숫자를 조정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교회 숫자 비례를 참고해 실행위원 수를 5백 교회 당 1명으로 조정’하자는 내용이었다. 현실성을 강조한 대 교단들의 의견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액수의 분담금을 내는 만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이고, 2년 전 총회에서 교회 수에 비례해 1만 원의 분담금을 책정하자는 결의가 내려지면서 예장합동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2배 이상 오른 분담금의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통합도 마찬가지 형편이었다.

교회 수에 비례하고 현실성을 감안할 경우 실행위원을 1명 파송하는 교단이 45개 교단, 2명이 4개 교단이다. 2/3 정도의 교단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예장통합이 15명을 파송해 6명이 늘어나고, 합동이 21명으로 10명이 는다. 실행위원 숫자는 현재 195명에서 220명으로 25명이 늘어난다. 이 중 통합과 합동이 절반을 넘는 16명을 차지한다.

중소 교단들의 반발이 큰 것은 당연했다. 2개 대 교단의 실행위원 숫자가 16명에서 3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 입지는 더 좁아지고 대 교단 위주의 연합운동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총무와 사무총장의 정년 규정도 부결됐다. 정년은 각 65세. 현재 정년은 없다. 그동안 한기총 가맹 교단들은 정년 없는 두 직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 왔고, 한편에서는 무 정년 규정이 한기총을 사유화 내지 권력화시키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한기총이 교단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러나 이 문제가 표면화 된 것은 대표회장과 총무, 그리고 사무총장과의 대립구조가 한 몫 했다는 것이 교계의 일반적인 분석. 그동안 한기총 대표회장의 경우 개인으로나 교단 배경으로 볼 때 총무나 사무총장의 견제권 밖에 있었지만, 군소 교단에서 대표회장이 배출되면서 이런 견제가 현실화됐고, 자금력과 교단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한기총의 특성상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대표회장의 경우 총무나 사무총장을 컨트롤하기가 다소 버거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표회장과 총무의 견제 관계는 정관 개정안에서도 확인된다. 그동안 대표회장은 ‘본회를 대표하며 각종 회의 의장이 되며, 이사회의 이사장을 겸한다’고 규정했지만 개정안에서는 ‘인사, 재정, 행정을 관장하고’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반면 총무는 ‘본회의 업무를 총괄하며’에서 ‘대표회장의 재가 얻은 사항을 총괄한다’로 변경했다.

대표회장에게 인사, 재정, 행정 등 모든 권한을 집중시킨 반면, 총무는 대표회장의 재가를 얻은 사항에 대해서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했다. 총무에 대한 견제가 상당하다는 반증이다. 그나마 이 개정안은 부결됨으로써 대표회장의 독주체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한편 이 문제는 한기총이 대표회장 중심으로 가느냐 아니면 총무 중심제로 가느냐는 결정이기도 했다. 현 정관대로 할 경우 총무가 업무를 총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기총은 대표회장 중심제. 그러나 “진정한 교회연합기구가 되려면 총무 중심제로 가야 된다”는 의견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은 지난 7월 열린 실행위원회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대표회장은 상징적 대표이며, 모든 사업들은 총무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총무 중심제로의 전환을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한 한기총이 NGO가 아닌 교회연합기관인 이상 총무 중심제가 마땅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표회장 중심제로 갈 경우 대표회장은 반드시 상근직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런 지적들은 교단 간 협의보다는 대표회장 개인의 의지를, 논의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우위에 둠으로써 교회연합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한기총에 대한 질책이다. 또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연합사업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 치중한 한기총의 사업 방향에 대한 추궁이기도 하다.

한기총은 지난 해 연말 대표회장 선거 이후 개혁에 대한 몸살을 앓아왔다. 돈 문제로 인한 법적 공방, 교단 간 대립 등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그나마 개혁특위 구성으로 돌파구를 찾는 듯 보였지만 이 또한 교단 간 이해관계에 의한 역학구도와 맞물리면서 대부분의 개혁안들이 부결됨으로써 개혁을 거부하는 한국 교회의 중심에 한기총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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