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종교편향’ 논란 기독교와 갈등으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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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종교편향’ 논란 기독교와 갈등으로 확산되나
  • 이현주
  • 승인 2008.08.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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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언행에 촉각 곤두세우며 ‘훼불행위’에 단호 대처 밝혀
 

기독교도 불심 달래며 종교간 화해와 정교분리의 중요성 강조


정부 부처가 제공하는 지도서비스에 ‘사찰 정보’ 가 누락되면서 시작된 불교계의 반MB, 반기독교 정서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8월27일 범불교도대회까지 개최하며 이명박정부 규탄집회를 앞둔 불교계는 “개신교인 공직자들이 성시화운동을 넘어 나라까지 ‘성국화’하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불교계는 최근 기독교의 공격적인 선교까지 문제 삼으며 “개신교인들의 훼불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나서 보수 기독교계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한 불교계 언론은 이명박정부의 종교편향 일지까지 작성해 보도하면서 2월, 개신교 편중 내각을 구성한 것을 시작으로, 부처님 오신 날 축전을 미발송했으며 국토부 대중교통지도에 사찰 이름이 누락되는 등 고의적으로 불교계를 묵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지켜본 한국교회언론회가 최근 논평을 내고 “불교계의 종교편향 주장이 자칫 종교대립구도를 만들까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려는 곧 현실로 나타났다.

 
불교계는 지난 18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 불전함에서 특정 종교단체의 헌금봉투와 선교문구가 적힌 지폐를 발견했다며 이는 명백한 훼불행위로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가 불당까지 침투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문제의 봉투는 한 대형교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5개의 봉투에 천원권 지폐가 들어 있었으며 지폐에는 ‘주 예수님을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성경구절이 찍혀 있었다.

 
조계사 총무과장은 “교회에서 사용하는 헌금봉투가 불전함에서 발견된 것도 처음이지만 개신교인의 무차별적인 선교행위가 법당 안에서까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 불교 언론은 이 내용을 보도하며 ‘개신교인들의 만행’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만큼 불교계의 신경이 예민하게 곤두서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뿐이 아니다. 불교계는 기독교 목회자들의 발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인기 강사인 대전의 한 목사가 “석가모니도 불교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었으며 불교가 들어간 나라는 못 산다”라는 내용의 강연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불교비하’ 논란도 일고 있다. 하지만 장목사는 “불교비하라고 할지라도 나는 바른 말을 한 것”이라며 강한 신앙적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내용을 접한 언론인 김선주씨는 한겨레신문 칼럼을 통해 “기독교 대통령이 되고 나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인지는 몰라도 불교계에 대한 모욕과 차별이 이곳저곳에서 노골적으로 벌어져 마음이 상해있는 불교를 향해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회언론회는 불교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최근의 논란은 정부의 행정실수에서 일어난 것이지 기독교가 발생시킨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정부가 발생시킨 일로 인해 기독교가 부담을 안고 있으며 종교갈등으로 확산되거나 이로 인해 사회적 분란을 낳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수 기독교계가 불교 등 타종교를 선교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일부 보수 목회자들이 강한 발언을 해온 것도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보수 대형교회 목사들의 연합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타종교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기독교의 종교간 대화 의지는 여느 종교보다 높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보수 우익을 자처하는 기독교사회책임이 불교계 달래기에 나선 점도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사회책임은 25일 성명을 내고 “불교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그동안 우리가 타 종교와 화평하는 자세가 부족했음을 반성한다”고 밝혔다.

 
또 여수 시장의 ‘기독교엑스포’ 발언과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찰복음화 의지 등을 의식한 듯 “현 정부가 의도적으로 기독교 편향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부 기독교공직자가 공직 수행과정에서 기독교 편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며, 타 종교를 비하는 기독교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의 정교분리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종교간 대화를 담당하는 김태현국장도 “작은 갈등이 커다란 폭력으로 확산된 세계의 많은 사례를 보았듯이 지금은 자중할 때”라고 말했다. 지금은 종교의 가르침을 떠나서 종교가 서로 협력하는 것이 필요한 때이며, 이 협력을 통해서 그리스도교의 풍성함이 더 잘 드러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국장은 또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기독교라도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극적 언행을 삼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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