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은 하나님의 처소로 거룩히 지켜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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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은 하나님의 처소로 거룩히 지켜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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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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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활용목사 <전 이수교회담임목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

국가인권위원회가 선거관리위원회에 권고한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 반대 문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선거때마다 불거져온 사안이다. 다만 국가기구가 직접 나서서 투표소를 다른 곳에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같은 권고를 받은 선관위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전국 1만3178개 투표소 가운데 종교시설을 활용하는 곳은 10%에 가깝다고 한다. 또 이 105 중 대부분이 교회로 그 절반을 훨씬 넘는다.

인권위원회가 종교시설을 피하라고 한데는 한 시민단체의 진정에서 시작됐다. 이 시민단체는 특정종교시설을 투표장으로 사용함으로 인해서 타 종교인이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거나 투표를 꺼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헌법에는 분명히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종교의 자유 중 자신이 신봉하는 종교적 상징물을 거부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해 침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 10일 전까지 장소확정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에 종교시설이 아닌 다른 적합한 선거장소 물색에 고심 또 고심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타종교인에 대한 배려라는 차원에서 또 종교적 신념과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같은 이의제기는 충분히 타당하다고 본다.

입장을 바꿔, 기독교인들이 선거때마다 사찰에 마련된 투표소에 들어가야 한다면 투표자체를 거부할 신자들이 생겨날 수 있다. 또 우리가 흔히 이단으로 정죄하고 있는 통일교나 다른 사이비 종교시설이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기독교인들이 느끼는 불쾌감은 상당할 것이다. 타종교에 배타적인 기독교인의 성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부 현장 목회자들은 교회를 선거시설로 빌려 주는데 꺼리낌이 없다. 교회를 일반 지역 주민들에게 공개해서 이를 선교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깨끗하고 예쁜 교회의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단 한번도 교회를 찾지 않은 이들이 호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교회도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갖는다며 반기는 분위기도 읽을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이 기회에 교회의 이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다양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성전을 세상의 일에 내어줄 수 있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타종교인의 입장을 뒤로 하고라도 순수히 기독교인만의 입장에서 볼 때 성전을 투표소로 내어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은퇴 전 현장목회 당시 매번 선거때마다 지역 선관위에서 교회를 투표소로 내어달라 부탁을 해왔던 적이 있다. 주변에 학교 시설도 없고 마땅히 사용할 만한 곳이 없다는 이유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직접 교회를 둘러보며 투표장소를 확인했다. 작은 교회의 규모 상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본당 한 곳 뿐이었다. 선관위는 본관을 투표소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당시 담임이었던 나는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전은 그것도 우리가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는 본당은 사람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집이기 때문이다.


30년간 이같은 요청을 뿌리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주위 성도들이 교회를 개방하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냐며 권유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성전을 바라보는 목회자의 입장은 다 같은 것이다.

성전의 기본 개념은 `하나님의 거주소`를 말한다. 거룩한 성전이라는 말은 하나님이 거하는 곳이기 때문에 붙이는 말이다.

성경적인 개념을 찾아보면 구약시대 성전은 `하나님이 지상에 임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고 히브리어와 아카드어에서는 `집`, 또는 `궁전`이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신약에서도 성전의 개념은 거룩하다.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해했다. 이같은 전통은 후세에도 이어져 종교개혁 이후 루터는 구원의 수단으로 주어진 `말씀과 성례전`이 교회의 본래적인 내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성전은 하나님의 처소로 거룩히 지켜져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성전을 투표소로 내어 주면서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상하게 하고 있다.


그것도 세상 사람들 중 누가 잘났는가를 가리는 일에 사용하고 있고 단상을 밀어내고 투표소를 마련해 누구든 성전을 짓밟게 하는 안타까운 일들도 일어나고 있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후 예수님께서 가장 먼저 하신 일을 성전을 깨끗케 한 일이다. 우리가 세상과 가까워지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투표소 개방과 연결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먼저는 하나님의 집을 보존하기 위해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다음으로는 타종교인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종교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 투표소를 마련함이 마땅하다. 조금 불편하면 어떤가. 나라의 일꾼을 뽑는 일인데. 눈에 띠는 종교시설이 아니어도 나라와 정치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 있다면 투표소를 찾아가는 일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섬긴다는 이유로 `장사꾼`이 판치도록 놓아두는 오늘날 `성전`의 모습을 투표소 설치 문제를 계기로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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