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일교수<한신대학교>
경제 살리기가 중요한 과제임을 부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가 어떠한 대가를 치루면서도 성취해야 할 우리 시대의 절대적인 가치인지, 경제 살리기는 왜 해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종교의 몫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고,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다. 그 선택이 인류와 자연의 미래에 치명적일 결과를 초래할 경우 더욱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취임사에서 이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나라, 소수와 약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나라’가 그가 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정부’ 상은 기업과 행정, 정치 경험이 있는 이대통령의 단순한 정치적 수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신교 보수교단의 장로라는 그의 신앙도 하나의 배경이 아닐까? 그렇다면 성서가 의미하는 섬김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은 국민을 지성으로 섬기는 정부를 그리는 장로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섬김이란 무엇인가? 참된 섬김은 스스로 모든 형태의 권력관계를 포기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권력관계의 포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예수 그리스도께서 먼저 섬김의 길을 가셨기 때문에 우리도 섬긴다는 믿음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섬김의 근거는 자아실현에 있는 것도, 인격수양에 있는 것도 아니다. 섬김의 목적과 근거가 내 안에 있다면 우리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을 때, 관계도 파괴될 것이고, 그런 섬김은 일종의 정치적 쇼가 될 것이다. 섬김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시혜적으로 베풀어지는 구제가 아니다. 국가가 섬겨야 할 가난하고 억압받고 소외되고 병들고 멸시받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적 복지사업이나 자선행위, 혹은 사랑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 교회는 장로 출신 대통령을 세 번째 경험하게 되었다. 이승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모두 장로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감리교,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장로교 합동 측 장로였다. 유감스럽게도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재정치 때문에 하야하고 망명의 길을 걸어야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구제금융사태를 불러와 국제통화기금의 신탁통치에 나라를 맡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 번째 장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은 신앙인이 정치를 하면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에 보여주길 바란다. 그것이 그 어떤 선교보다 가장 훌륭한 선교이기 때문이다.
당대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참된 지도자는 역사의 평가에 마음을 둔다. 멀리 보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자랑스럽게 기억하는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