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전도와 봉사'는 수레의 두바퀴와 같다
상태바
교회의 '전도와 봉사'는 수레의 두바퀴와 같다
  • 이현주
  • 승인 2007.12.13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말기획- '구제와 나눔'을 실천하는 교회
▲ 봉사하는 교회로 알려진 광염교회는 예산의 30% 이상을 구제비로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교회예산 충족 후 봉사가 아니라 구제 먼저하면 교회 성장


청주에 있는 중부 명성교회는 교회 재정의 65% 이상을 선교와 구제에 사용한다. 또 특별헌금은 전액 구제비로 책정되어 있다. 과거 연간 구제 내역을 살펴보면 농어촌선교와 해외선교에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이어 장애인 기관 지원에 1억9천만 원을 사용했다. 이어 국내 구제사역을 위해 13개 기관을 후원하며 이와 별도로 영세민이나 걸인을 돕는데 5천만 원을 사용했다. 한국교회 평균과 견주어 엄청난 투자가 아닐 수 없다. 중부명성교회는 이 같은 나눔에 힘입어 현재 장년 1천여 명의 대형교회로 성장했다.


나눔으로 성장한 교회는 이곳만이 아니다. ‘감자탕교회’로 잘 알려진 광염교회의 경우 창립 초기부터 재정의 100만원만 남기고 모두 집행했다. 역시 절기헌금도 모두 구제비로 사용됐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나눌 수 있을까’는 담임 조현삼목사의 고민거리다. 그는 한국교회연합봉사단을 만들어 세계 곳곳의 재해 현장을 찾아다니고 SOS뱅크를 만들어 긴급자금이 필요한 이웃을 돕고, 생명의 쌀을 나누는 등 ‘나눔’에 일가견을 보이고 있다. “나눔도 중독”이라는 조현삼목사. 지난 92년 창립 후 이 교회를 찾는 성도는 4천여 명이 넘는다.

이 두 교회의 사례를 볼 때 특이한 점이 있다. 예산이 풍족하지 않아도 교회 건물이 없어도 먼저 나누고 본다는 것. 돈이 없어서 구제와 나눔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대다수의 교회들과는 차이를 보인다.


#사회봉사 교회가 할 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6월 여름수련회에 참석한 목회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사회봉사의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사회봉사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답했다. 교회의 나눔과 구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확인한 응답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교회가 사회봉사 사역을 실천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전문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가 39%, ‘물질부족’을 호소한 응답자는 27%에 달했다. 충분한 재정이 없이는 나눔과 구제에 매진할 수 없다는 것이 목회자들의 인식 속에 뿌리박혀 있다.


실제로 한국교회의 구제비 사용 평균은 3~11%정도로 추정된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올 초 교회재정네트워크를 통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3.11%의 예산을 구제비로 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발간된 한국기독교사회복지총람은 약간 다른 통계를 보인다. 구제 및 사회봉사비로 10.6%의 예산이 사용된 것이다.

문제는 교회 전체 예산 집행에 있어서 구제비에 책정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교역자 생활비에 29.4%, 교회 유지비에 20.5% 등 절반이상의 예산이 투자되고 있었다. 하지만 구제와 봉사비에 사용된 예산은 이를 훨씬 밑돌았고 서울과 광역시 등 대도시는 0.4~3.7%로 리(理)단위 지역의 9.2%로 높게 나타났다. 리 단위의 교회가 대도시의 교회보다 재정적인 측면에서 여유로울 리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결국 교회의 사회봉사와 구제비 책정은재정적 여유가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의 의식이 좌우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교단차원의 사회봉사 인프라 구축 필요하다


교회가 구제비 책정에 소극적이라고 해서 한국교회 전체가 사회복지나 봉사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았을 때 한국교회는 사회복지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국가의 사회복지정책이 강화되면서 국가 복지정책의 파트너로 민간복지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졌고 이 민간단체의 뿌리는 대부분 교회에 있다는 것이 사회복지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교회를 향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질문한다. 교회부흥과 개인구원에만 힘쓰고 세상의 어두운 부분은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질책을 받고 있다. 왜 이런 시각이 확산됐을까.


목회자들은 그 원인을 ‘개교회주의’로 분석한다. 개인단위의 봉사, 교회단위의 봉사는 많지만 교단차원에서 결집되지 못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매우 미약하다는 설명이다.


평택대 신현수교수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개별교회 차원에서 장애인과 노숙자, 빈민 등을 도와왔지만 이 활동이 사회 전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숭실대 황준성교수도 “최근 기독교단체의 기부와 자선행위가 과거보다 크게 늘고 있지만 서구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회문제에 접근하고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럽교회의 경우 휘발유 세금인상이 빈민층에게 미칠 영향까지 총회차원에서 논쟁한다는 것을 사례로 든 신현수교수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분배정책과 사회복지제도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교단차원의 정책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사회봉사는 신앙과 구분할 수 없는 중요한 사역이다. 백석대 윤경학교수는 “전도와 사회봉사는 상호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동역적인 관계 속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는 것.

복음을 전한 후에 남은 예산과 인력으로 나눔과 구제에 참여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교회는 “우리가 이웃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복음전도를 출발시켜야 한다고 윤교수는 주장한다.


나아가 “누구를 돕기 위한 사역”으로 구제와 나눔을 실천할 것이 아니라 교회와 성도의 당연한 의무로서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황필규국장은 “교회의 교제와 나눔, 협력을 의미하는 친교(코이노니아)가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나눔과 섬김’(디다케)과 조화를 이룰 때 희망의 세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