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방치하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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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 방치하면 위험하다
  • 정재용
  • 승인 2007.11.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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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라이프센터 지난 5일 우울증과 자살예방 세미나

1992년 3,533명으로 사망원인 10번째에 올라있던 자살은 2005년에는 12,047명, 1일 평균 33명이라는 안타까운 숫자로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의 뒤를 따라 4순위로 올라섰다. 또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도 24.7명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어 자살은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될 질병으로 급부상했다.


최의헌원장(연세로뎀정신과의원)은 지난 5일 크리스천라이프센터가 주최한 세미나 “하나님! 저 우울해요”에서 정신의학적 접근을 통한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의 방안을 모색했다.


최원장은 “대부분의 자살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다”며 자살과 우울증은 가까운 관계에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우울증 환자들은 항상 죄책감을 안고 있다”며 “죄책감은 우울증을 낳고,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울증의 정의와 증상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울증이란 기분이 울적하고 마음이 착잡한 상태이거나 눈물이 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병원에서 말하는 우울증은 이러한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더 많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차도가 없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간혹 우울감이 없는 경우에도 진단기준에 맞추어 우울증이 진단되기도 한다.

우울증의 원인은 마음에 있는 경우와 몸에 있는 경우가 있다. 마음에 있는 경우는 환경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기대보다 못한 결과로 실망할 때, 자신의 처지나 능력이 너무나 한심하다고 여길 때’ 에 나타난다. 또한 물리적인 환경변화가 있을 때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을 하거나, 결혼을 하는 등의 생활 변화에서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울증의 원인이 몸에 있는 경우는 신체 컴플렉스나 좋지 못한 건강으로 기인하는 경우가 있고, 여성의 경우 생리전후와 임신, 폐경기에 나타난다.


정신과 진단기준에서는 ‘9가지 증상’에 따라 우울증을 진단한다. ▲우울한 기분 ▲흥미, 즐거움 감소 ▲체중, 식욕변동 ▲수면시간의 변화 ▲초조함, 지체현상 ▲피로감, 무기력 ▲죄책감 ▲집중력, 결정력 감퇴 ▲반복되는 자살충동 중에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우울증이라고 한다.

#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우울증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서 치료를 받는 수준에 차이가 있다. 진단기준에서는 우울증에 해당되지 않지만 일반적인 우울감 보다 좀 더 심한 어려움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진단기준에 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담실이나 전문적인 조력자를 통해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중등도 이상인 경우, 진단기준 9개 중에서 7~8개를 만족시키고 그 정도가 심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엔 웬만한 상담의 도움을 통해서 우울증을 회복시키기 어렵다. 그때는 병원에 가서 약물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 우울증의 완치와 오해


우울증은 반드시 낫는 병이지만 재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감기에 걸리면 기분만 아니라 몸도 말을 안 듣듯이 우울증도 기분뿐만 아니라 몸에도 영향을 준다. 또한 감기처럼 간단한 약물치료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다만 우려할 것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잠복기가 있을 수 있고 후유증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우울증이 자살이 많고, 치사률이 높은 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는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이니 마음만 즐거워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울한 느낌은 그렇지만 우울증은 그렇지 않다. 이미 몸에 병이 와서 생리적 리듬을 손상 시킨 정도이기 때문에 좋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 기독교와 우울증


우울증은 결코 신앙이 약해서, 믿음이 없어서, 죄를 지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러한 문제가 몸과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정도의 영향은 줄 수도 있지만 우울증은 질병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비기독교인보다 감기 발현률이나 암 방생률이 줄어들지 않듯이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비록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질병에 걸릴 위험과 가능성을 동일하게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회가 오히려 우울증 환자를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병원치료에 대해서 불신하는 것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분명 대부분의 우울증은 교회의 공동체적 정신과 좀 더 전문화된 교회의 기독상담실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수준이라면 교회가 병원치료를 권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다.


우울증에 빠져있는 환자들은 희망이 없다. 하지만 우울증이 좋아지면 스스로도 “내가 왜 그런 식으로 밖에 생각을 못 했을까?”하고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주변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 느낌 그대로 인정해줘야 한다. 섣불리 “그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은 환자의 처지가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환자의 느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갖지 못하는 희망과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것이 좋다.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반응은 환자의 병을 키우고 자살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울증은 굉장히 위험한 질병이라는 주변사람들의 인식과 대처가 중요하다. 최의헌원장은 “우울증 환자를 위한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주변에서 함께 기도하며 진심으로 대해주는 것이다”며 “주변에서 조금씩 독려하여 외부활동을 돕고, 전문적인 도움도 함께 받는다면 우울증은 빠른 회복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한재희교수(백석대학교 상담대학원)와 유영권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도 참석해 우울증이 이미 심각한 사회적문제로 다가왔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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