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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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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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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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환목사<백석대 교수>

필자의 투병생활 중 힘든 것은 방문객들에 대한 거부감이다. 몸이 지치고 피곤할 때는 어떤 만남이나 대화도 어렵다. 특히 제 2기 항암치료에 들어가면서 가급적 병상 방문도 자제시켰다. 지난 주일에는 필자가 설교를 하면서 직접 환자의 입장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놀라운 것은 이 설교를 한 다음날 누군가가 집 문 밖에 정성껏 마련한 죽 한 그릇이 놓여져있었다. 


어제는 뜻밖에 K여집사가 꼭 필자를 만나야 한다고 그 어머니와 함께 집 앞에까지 왔었는데 간호하던 딸이 되돌려보냈다고 하였다. K집사는 출생하기 전부터 양육되어 온 가슴에 뭉쳐있는 가정의 딸이다.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전달받고 하나님이 보내신 딸이로구나 하는 영감이 떠올라 지금이라도 올 수 있으면 오라고 연락을 했다. 얼마 후 K집사와 그 어머니 ㅊ권사가 들어왔다. 정말로 보고 싶은 딸들이다.


K집사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찍 결혼을 하게 됐다. 남편이 좀 더 성실하고 믿음생활을 잘 했으면 좋았겠으나 그렇지 못하다. 애들은 아들만 둘인데 고2와 중2다. 그녀는 재미나게 살아야 할 청춘을 다 빼앗기고 오늘까지 외로움과 인생의 불행과 싸우고 있는 지친 인생이다. 그녀는 지금 남이 보는 시선도 있어 자기의 삶을 노출시키지 못하고 그늘진 생활을 하고 있다. 필자는 K집사의 이런 고충을 이미 다 알아 지금까지 깊은 배려로 지내왔다. 필자는 이들에게 먼저 발병 후 지금까지의 병상일지를 이야기 해준 후 오늘 K집사가 필자를 찾아 온 것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예배를 드렸다. 예배 인도는 필자의 딸이 하고 기도는 ㅊ권사, 말씀증거는 K집사가 하도록 하였다. K집사는 말씀을 통하여 지난 날의 방황했던 생활을 뉘우치고 지금 집 가까이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면서 많은 말씀의 깨달음을 받고 눈물로 회개하고 있다고 하였다.


필자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저들의 축복을 간구하였다. 더욱 놀란 것은 그녀가 남기고 간 작은 봉투에 마음이 걸려 이 글을 쓴다. 그녀는 지금 경제력이 없다. 두 학생의 어머니다. 생활고로 극도로 지쳐있을 때인데 10만원 수표 10장이 들어있었다. 필자는 다윗이 적지 속에 있는 고향 베들레헴 물을 생명을 내어놓고 부하가 길어 왔을 때 감히 마실 수가 없다고 여호와의 제단에 바친 생각이 들었다. 사렙다 과부의 엘리야에게 드린 마지막 끼니의 선물, 옥합을 깨어 예수님의 발을 씻은 마리아의 향유가 기억난다.


필자는 다음 주일 이 가장 값비싼 선물을 하나님께 되돌려 드리고 저들 가정의 회복과 필자의 치유의 선물로 갚아 달라고 정성스럽게 감사봉투를 마련하였다. 이런 선물이 더 값있고 더 좋은 선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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