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 자산인가 부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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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민족, 자산인가 부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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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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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목사<기독교한국성서하나님의교회 감독>

‘단일민족’이라는 가치는 우리가 오랜 세월 외세에 맞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게 한 큰 힘이었다. 특별히 구한말 이후 외세의 침탈과 민족적 분열로부터 오늘의 우리를 지탱해낸 힘의 원천이 바로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가족 공동체적 가치이다. 이 절대가치가 3.1운동의 힘이었고, 8.15의 힘이었고, 4.19의 힘이었고, 5.18의 힘이었고, 6월 항쟁의 힘이었다.


우리에게 민족은 종교였다. 수 천년동안 이 땅에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면서도 종교적 분쟁이 없었던 것 또한 민족이라는 절대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족은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얻게 한 힘이요, 2002년 월드컵의 사강 신화를 만들어 낸 힘이다.


‘단일민족’은 분명 우리에게는 큰 자산이었다. 그런 ‘단일민족’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부채로 세계화의 길목을 막고 있는 것이다. 유엔 인종 차별 철폐위원회가 한국에 “인종 차별을 없애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유엔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면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사이 이해와 관용과 우호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순혈’과 ‘혼혈’ 개념부터가 인종적 우월주의라고 한다.


이런 유엔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단일민족’ 개념이 끼리끼리의 문화, 패거리 문화를 만들면서 신 유목민 시대의 지구촌 곳곳에서 우리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 손해를 자초하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민족’이란 말 속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문화 속에서 평생을 산 백인이나 흑인이나 그 어떤 색깔의 민족도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이 아니면 다 외국인이라는 흑백 논리는 순혈주의 민족의식에서 오는 인종차별이다.


지금은 온라인 세계에서나 오프라인 세계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국경과 거리가 소멸된 신 유목민 시대이다. 자연히 한국이라는 지구촌의 한 작은 마을에도 신 유목민의 이주가 밀물처럼 물결쳐 오고 있다. 산업화의 조류를 따라 산업 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이주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첫 번째의 이주 물결이라면, 두 번째의 물결은 농어촌 총각들과의 결혼을 통해 한국사회에 진입하는 외국인 신부들과 그 자녀들이다. 제3의 이주 물결은 아직은 잔잔한 밀물처럼 다가오고 있지만 기술과 전문직 고학력자의 당당한 한국 사회로의 진입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때문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이 ‘외국인’, ‘혼혈인’, ‘코시안(한국인과 아시아계 2세)’ 또는 ‘하프 코리안(half Korean)’이라고 왕따를 당하고 있다. 2006년 결혼한 여덟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고 외국인 주민은 72만 명으로 주민등록 인구의 1.5%에 이른다.


그 뿐인가 전 세계 구석구석에 우리 민족이 둥지를 틀고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단일 민족 국가관을 고집하는 것은 지구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부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명심해야할 것은 민족과 국민은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은 다양할 수 있어도 민족은 혈통에서나 문화에 있어 순수성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이 내몽고를 중국화 하는 과정이나 티벧을 중국화 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한족의 대량 유입을 통한 민족 동화정책을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신 유목민의 지구촌 한마을에서는 국경과 국민은 의미가 없고 우수한 민족과 전통문화만이 그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단일민족’, 자산인가? 부채인가? 다른 민족과 화(和)하지만 동(同)하지 않으면서 지구촌의 공생의 에너지가 될 때 단일 민족은 분명 자산이 될 것이다. 반면 피해망상이든, 과대망상이든 끼리끼리의 벽을 쌓거나 패거리 문화로 지구촌에서 왕따 될 때 ‘단일민족’은 또한 부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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