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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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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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8.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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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환교수<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장>

최근의 변덕스럽고 습기 많은 날씨만큼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아프간의 피랍 인질 사태. 이미 2명의 희생자를 낳고도 해결의 실타래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이 사태는 전 국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아프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를 생각하다 보면 이 변덕스런 날씨의 짜증도 호사스러움으로 비쳐지며 죄스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안타까움 가운데에 더욱 아쉬운 점은 이 사태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지나친 악플들이다.


그곳에 의료 봉사를 하러 떠난 피랍 자들의 개인 홈 페이지를 방문해서 그들의 신앙 간증과 기독교 집회에 참석하여 은혜 받는 모습들의 사진을 카피하여 탈레반 대변인들의 이메일로 전송하며 그들은 예수쟁이들이고 선교를 목적으로 그 곳에 갔으니 마땅히 죽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다 경찰의 수사를 통해 구속까지 되었다는 어느 네티즌의 사례는 정말 정도를 넘어도 너무 넘어서는 증오와 적대감의 표시이자 사회적 폭력이라 생각한다.


삶을 살면서 자신을 불태우는 뜨거운 사랑을 하고 살아간 사람들은 행복한 삶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타인의 삶을 향해 이단이니 삼단이니 불타는 논쟁을 아무리 해도 자신이 정통이 되는 지름길은 아닐 것이다. 삶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길은 논쟁이 아니라 삶의 체험에 있다. 이 말은 비단 탈레반에 인질로 잡혀 있는 피랍 자들을 향해 불같은 적개심과 조소로 악풀을 달아놓는 익명의 네티즌들에게만이 아니라 그들의 무서운 적개심을 키워온 오늘의 논쟁적 기독교의 현실에도 적절한 지적이라 믿는다.


지금 기독교는 위기의 복판에 몰려 있다. 아프간에 피랍돼 있는 저 21명의 인질들만의 위기가 아니라 오늘 한국의 기독교가 피랍되어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보는 기독교인과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이 위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준다. ‘입만 살은 기독교인’, ‘논쟁적인 기독교인’,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속 좁고 배타적이고 논쟁적인’, ‘위선적인,’, ‘세상의 빛과 소금 보다 세상의 걱정거리가 되는 소음공해’ 등등 오늘의 기독교와 기독교인에 대한 비판적 냉소적 이미지는 정말이지 우리 자신의 현 모습과 현 주소를 실감케 한다.


이 시대에 우리는 오늘 비뚤어진 기독교의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하여 우리 후손들에게 계승할 수 있을까? 122년 전 우리의 선조들이 피땀을 흘려 이룩한 기독교인의 자부심과 열정으로 오늘 세계 20위 교회 중 11개 교회가 남한 땅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땅에서 오늘의 기독교인인 우리는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얼마나 자랑스러운 기독교의 유산들을 물려줄 수 있을까?


요즘 ‘1907년을 다시 한 번!’이라는 구호로 한국 기독교의 회개와 자성운동이 한참이다. 누구를 비난하고 구차한 변명을 하기보다 1907년의 정신으로 돌아가기를 나부터 결단하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변화되는 삶, 행동하는 기독교, 삶으로 전하는 복음 운동의 확산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운동이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다고 믿는다.


본래 우리 기독교의 탄생이 고난의 자리, 위기의 순간들을 넘어, 사선을 넘어 오늘의 기독교와 기독교 문화를 이루지 않았던가. 우리가 먼저 겸손해지고, 정직해지고, 자신의 삶에 성실해 보자. 누구에게 무엇을 기대하기보다 나 자신 먼저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회복하자. 거창한 거대담론을 말하는 자가 되기보다 작은 일, 내 테두리 안에서의 삶의 기쁨과 평화를 나누어 주는 자들이 되자. 2007년 여름의 위기가 한국의 기독교를 다시 살리는 자양분이 되게 하자. 처음으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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