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대형집회 더 이상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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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대형집회 더 이상 안 된다
  • 이현주
  • 승인 2007.07.1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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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연합예배 후유증으로 지켜본 대협연합집회의 문제점
▲ 지난 4월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 전경.

 

문화공연 담당한 홍순관집사 사과 요구 기자회견

나흘전 행사취소 통보... 3개월의 준비과정 아무 배상도 못받아


지난 4월8일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연합예배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동주최했던 이 예배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연합사업이었지만 규모와 내용면에서 양측이 일치를 이루지 못한 결과가 뒤늦게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시 사순절 지방공연과 부활절문화공연 총연출을 담당했던 홍순관집사(동광교회 지휘자)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를 나흘 앞두고 문화행사를 취소한 배경과 주최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지적했다.

홍집사는 “4월4일 오후 공연을 취소한다는 말을 들었다. 3개월간 준비한 공연이 주최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무산됐으며 내가 섭외된 문화사역자들에 대해 지금까지 아무런 보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총연출을 맡은 홍순관집사는 전국공연을 진행하며 서울에서 열리는 연합예배를 홍보했고 당일 문화공연을 위해 기념음악 작곡을 의뢰하고 영상물을 제작했으며 윤도현밴드, 안치환, 김석균 등 가수 섭외와 프로젝트밴드 구성 등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문화공연의 갑작스런 취소로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가치를 잃었으며 제작 및 준비과정에서 들어간 비용도 보상받지 못했다.


홍집사가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로부터 받아야 할 공연비는 3천만 원. 하지만 1천만 원만 입금됐고 사과도 해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홍순관집사는 이번 사태를 두고 “문화예술을 보는 교회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이한 해에 열리는 부활절예배의 의미를 생각했다면 그만큼 문화행사의 비중을 높이고 가치를 알았어야 했지만 교회는 막바지 행사비용이 부족하자 문화공연을 없애는 것으로 이를 상쇄하려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연합예배 준비위원회 한 관계자는 “당시 5천여만원의 공연비용이 부족했고 하는 수 없이 취소를 결정했다. 공연팀과 홍집사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잡음은 교회협과 한기총이 행사를 추진하면서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회협이 주관한 이번 부활절연합예배는 내실있는 소규모 행사를 계획했다. 하지만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준비위원회에 가담하면서 평양대부흥 백주년에 걸맞는 규모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준비위원회 내부에서도 행사 직전까지 규모를 확정짓지 못했다. 작게는 3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까지 위원들의 기대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행사로 추진하던 연합예배는 1억8천만 원의 적자를 가져왔다.

교단들이 책임감 있게 분담금을 납부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돈 많은 대형교회에 순서를 팔지 않으면 돈을 모을 수 없다는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었다.


아직도 모금을 진행하고 있는 교회협과 한기총 부활절연합예배측은 “가능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교단과 교회가 십시일반 부족분을 채워주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한 연합기관 관계자는 “이젠 대형교회에 의존하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대형행사를 치러내기 어렵다. 부활절연합예배의 대형화를 계속 주장할 경우, 재정적자를 각오하거나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리를 매매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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