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집시 선교의 대부 '사보 다니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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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집시 선교의 대부 '사보 다니엘목사'
  • 이현주
  • 승인 2007.06.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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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고 가난한 집시도 하나님 자녀 ...복음이 유일한 희망
▲ 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사보 다니엘목사(사진 가운데)와 선교회를 후원하는 부천복된교회 최수진장로(왼쪽), 그리고 헝가리에서 사보목사의 사역을 돕는 동유럽집시선교회 최영목사가

 100만 명의 집시 국경지역에 정착 불구 90% 정부보조로 연명

한인선교사와 함께 가정교회 세우고 사역자 양성하며 선교모델 창출


유랑을 좋아하는 집시들에겐 ‘자유’라는 단어가 항상 붙어 다닌다.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자유인 집시. 하지만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비참하기 그지없다. 배우지도 못하고 가난은 되물림 되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을 연명한다. 문제는 그들 스스로 배움을 포기하거나 방관한다는 사실. 집시 특유의 게으름이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집시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하나님의 복음으로 인생을 존중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배우고 일하며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가는 것이 집시들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복음으로 가능한 일이다. 정착촌에서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헝가리의 집시들. 그리고 그 집시들의 더러운 손을 마다않고 꼭 잡아주며 기도의 끈을 놓지 않는 목사가 있다.

헝가리 개혁교회 증경 부총회장을 지냈고 개혁교회 세계선교연합회장을 역임한 헝가리 집시의 대부 사보 다니엘목사. 그가 집시선교를 후원하는 한국교회의 초청으로 지난 8일부터 19일까지 12일간 한국교회를 돌며 집시선교에 대해 간증했다. 20살, 헝가리 정부조차 버려둔 집시사역을 결심하고 평생을 바쳐온 사보목사를 통해 헝가리 집시선교의 현황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들어보았다.


“헝가리 집시는 서유럽 유랑집시와는 조금 차별화됩니다. 정착촌에 모여 살고 있는 집시들이죠. 유럽 전체에 1,500만 명의 집시가 있고 이 가운데 10%에 이르는 100만 명 이상이 헝가리와 인근 국경지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정교회를 세우고, 장학금을 지급하며 선교하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그리고 이 사역은 제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사보목사가 집시들을 바라보기 시작한 때는 한창 꿈을 펼칠 스무살 무렵이다. 늘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었던 부모님을 보고 자란 사보목사는 공산당에 낙인찍혀 신학을 공부하고도 졸업을 하지 못했다. 5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지만 그가 목사안수를 받은 것은 동유럽 공산화가 끝난 90년대에 들어서다. 사보목사는 학창시절부터 민주화운동에 매진하며 공산체제를 반대하는 그의 신념을 고수했고 수차례 체포와 강제수용을 당했다.

목사안수를 받은 후에는 공산화로 폐쇄된 기독교학교를 다시 세우는 일을 시작했다. 사보 다니엘목사는 이 공로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해 유럽복음주의연합회로부터 올해의 인물에 뽑히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정성을 쏟은 일은 집시선교. 스스로 낮아지는 삶을 선택하면서 가장 비천한 이의 이웃이 되길 자처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선교는 열매를 맺어 가고 있었다.


헝가리 백인들의 눈에 비치는 집시는 게으르고 나태하다. 직업도 없고 기술도 없는 집시 90%는 국가보조로 살아간다. 정부에서는 자국민을 돌볼 여력도 없는 상황에서 집시까지 돌보기 힘들다며 두 손을 놓기 시작했다. 헝가리 개혁교회 역시 집시문제에 무관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보목사는 집시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말씀을 나누며 윤리적인 삶을 가르치고 기술을 통해 일하는 소중함을 반복해 알려 주고 있다. 15세에 자식을 낳아 기르는 집시들을 4대에 걸쳐 돌보기도 했다.

“집시들은 공동체적인 성격이 강해요. 그래서 집단을 이루고 살죠. 그런데 의아한 것은 자녀를 돌보지 않아요.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죠. 집시선교를 다방면으로 전개해보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어린이들의 교육이었습니다. 학교를 통해 제대로 배운 아이들에겐 미래가 생깁니다. 저희는 집시들에게 미래를 꿈을 선물하고 싶었죠.”


집시선교는 작게는 한 끼 식사에서부터 컴퓨터와 태권도 등 방과 후 교육까지 이어진다. 집시촌에 가정교회를 세우고 사역자를 양성하는 것도 사보목사의 일이다. 그가 중점적으로 사역하는 샤로스파탁에도 25%의 집시가 거주한다. 샤로스파탁 개혁신학교 선교연구소장으로 있는 사보목사는 신학교 교수진을 집시촌에 보내 성경을 가르치게 하고 집시들의 입학을 도와 집시사역자를 세우고 있다. 현재도 4명의 집시 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그의 사역에는 한국인 선교사가 함께 한다. 사보목사는 한국인의 선교가 집시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보목사의 사역을 돕는 동유럽집시선교회 최영목사는 “10명 중 9명의 집시가 거짓말을 해도 단 한명의 진실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를 털어주는 사람이 바로 사보 목사”라며 더러운 집시들을 피하기는커녕 함께 포옹하고 손을 잡아주는 사보목사야 말로 살아있는 선교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사보목사 역시 한인선교사에게 거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언어 소통도 어려운 한인선교사들이 집시들과 어우러지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모습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집시는 변화되지 않는다고 단정 짓는 헝가리 백인 99명보다 1명의 한인 선교사가 더 귀한 사역자라는 사실을 목격한 것이지요.”


그는 한인 선교회인 동유럽집시선교회와 공동사역을 통해 집시선교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헝가리 지역교회와 한인선교사, 그리고 정부의 행정지원 등 이 세가지의 역량을 한데 모아 집시선교에 나섰다. 사보목사가 추구하는 최종목표는 헝가리백인과 집시가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다.

또 집시사역의 가장 큰 핵심은 퍼주기 선교를 지양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빵만 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한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학교에 등교한다는 조건을 달고, 학생지도자를 키우기 위해 후원을 하기 이전에 신앙관을 점검하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준다. 장학금을 지원받는 집시들은 지역교회 봉사가 의무적이다. 결실이 보이지 않는 사역이었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 100개의 가정교회가 세워졌고 집시 사역자와 어린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선교열매가 하나 둘씩 달리고 있다.


“헝가리는 현재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민족에게 소망이 필요한 때죠. 집시들은 알콜과 범죄에 빠져 지내기 쉽다. 인격체로 존중받지도 못한다. 모든 사람이 포기한 집시들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된다는 것은 민족에게 새로운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음은 헝가리와 집시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리고 한인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집시사역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한국교회가 이 일을 위해 많은 기도와 도움을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한국교회의 선교 열정에 감탄을 연발한 사보목사는 자신이 평생토록 헌신한 집시선교 사역이 한인선교사의 헌신으로 계속되길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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