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의 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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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의 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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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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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웅목사<덕수교회>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교회는 지난 반세기 반목과 갈등의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복음주의 진영과 진보주의 진영 간에 “물과 기름”이론이 보편화되어 있었다. “신학이 다른 사람들끼리 어떻게 함께 하느냐?”라는 공공연한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복음주의 진영에서 진보적인 인권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하는 세력들을 불그스름하게 보았고, 진보진영에서는 복음주의 진영의 세력들을 군사독재정권의 시녀들처럼 정죄하였다. 이러한 살벌한 분위기에서 상호 적대시하며 물과 기름이 전투하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1989년 고르바조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에 의해서 동서냉전의 해빙으로 세계정세 변화와 함께 사회적 여건이 달라지고 교회 내에서도 신학적인 노력과 연합일치를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됨으로 한국교계가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나게 되었다.


세계교회도 복음주의 진영의 1974년 로잔언약과 1975년 제 5차 WCC 나이로비대회 선언 등이 세계교회가 하나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 이러한 역사의 방향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이는 교회 안에는 물과 기름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도록 1991년 WCC 제 7차 켄바라 총회에서 “오소서 성령이여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라는 주제와 함께 성령의 불로 열을 가하여 주셨다. 그동안은 에큐메니칼운동 진영의 신학적 주제가 전투적 기독론이었고 복음주의 진영에서도 기독론 중심으로 물과 기름 이론을 전개하면서 배타적 선교를 지향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별히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근본주의적 보수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흑백논리와 십자군적인 선교신학과 이원론적인 인간이해와 세계관, 전천년설에 근거할 말세적 신앙 때문에 빛과 어두움, 물과 기름으로 분리하면서 교세를 확장하는데 일시적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만유를 창조하시고, 만유를 통일하시고, 만유 가운데 계시면서, 만유 위에 계시는 한 분 아버지이시기 때문에 역사를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신다. 세계교회는 바울의 고백과 같이 이미 성령께서 하나로 만들어 주신 교회(Given unity)를 지키도록 힘써야 한다.


세계의 모든 교회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는 역사관을 가지고 하나님께로 돌아가야만 할 것이다. 앞으로는 삼위일체 하나님 중심의 신앙과 신학을 정립해 나가면서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를 추구해나가는 것이 하나님의 역사 섭리에 순응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의 200여개가 넘는 교파들은 은사의 다양성을 상호 존중하되 정죄하지 말고 배타적 독선주의를 버리고 “폐쇄적 보수와 진보”의 자세를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하나의 교회를 지향해 나가야만 할 것이다.


1907년은 “성령의 줄로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라는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여 철저하게 회개하고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하나 되었던 역사적인 해였다. 2007년은 성령강림의 역사를 기념하는 해이면서 새로운 100년을 향해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세속적인 물질주의와 교권주의와 분파주의를 반드시 극복하여 부끄러운 분열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조그만 기득권을 움켜쥐고 하나님의 대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교권주의자들은 철저히 회개하고 자신을 비워야만 할 것이다. “물과 기름 론”은 자기 방어용으로 사용하는 비신앙적이요, 반역사적이며, 반사회적인 부끄러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깊이 회개하면서 물과 기름도 뜨거운 성령 안에서 복음의 능력으로 용해되어 하나가 된다는 진리를 에큐메니칼 신앙과 신학의 핵심으로 고백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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