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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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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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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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목사<의왕중앙교회>

혈기가 왕성했을 때, 사회의 부조리와 현상을 보면서, 그리고 교회의 상처입고, 피 흘리는 아픈 모습 보면서 때로는 홀로 의인이 되어 목소리도 높이고, 진정 고통스러운 눈물도 참 많이 흘렸었다.


목사가 되고, 그리고 어느새 세월을 주체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제 내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내게 맡겨진 영혼에 대해서, 책임에 대하여, 무능을 자인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가 막히는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를 인정해야만 하게 되어버렸다.


더 가슴이 아픈 것은, 이런 내 모습을 내 자신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거울 없이는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듯이, 누군가가 말해 주지 않는다면 나의 일그러진 모습의 자화상의 실체도 모른 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거울이 필요 하다. 아프지만 모나고 일그러진 모습을 사실대로 보게 해줄, 거울 같은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경 속에 이런 거울 같은 역할을 사명으로 알고 살았던 사람들이 바로 선지자들이다. 왕이, 제사장이,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고, 악한 길로 가려하고 가고 있을 때, 하나님의 엄한 경고를 자신의 의지나 감정과 상관없이 거울처럼 보여줬던 사람들이 바로 선지자다.


왕과 제사장 그리고 백성들은 선지자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 했으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그들의 경고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하나님의 심판과 징계가 문설주에 걸려있었다.


선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사울이다. 사울은 선지자 사무엘의 경고를 무시하고, 백성들의 요구에 부응하며, 매우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통치를 했다. 결과 사울왕은 참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나님께로부터 버림을 받아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었다.


반면에 다윗은 그러지 않았다. 다윗 역시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에 충분할 만큼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이긴 했지만,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많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신복 우리아  장군의 아내를 강간하고,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아주 간교한 방법으로 우리아를 살해하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이스라엘 모든 왕들 가운데 가장 의로운 왕으로 인정하셨다.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바로 다윗이란 사람이 비록 죄와 허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죄를 거울로 보여주듯 밝히 보여주는 나단선지자의 경고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였고, 회개하며 그 죄를 씻으려고, 자신을 발가벗겼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고 씻고 정결하기 위해 철저하게 벗어던지는 다윗을 하나님께서는 인정하셨고, 이스라엘 최고의 왕으로 만드셨던 것이다.


죄와 허물이 없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자신에게 그런 허물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고, 모른 체하고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혹시 안다고 해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데 있다.


거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는, 또 비춰진 모습이 자신임을 인정하고, 맑은 물로 씻고, 고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목사가 되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다. 목사에게는 거울이 없더라는 것이다. 혹 있다고 할지라도 그 거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리고 그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다. 이 뒤늦은 발견은 적어도 내게는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견한 일만큼의 놀라운 발견이었다. 


나에게 거울이 필요하다. 그 거울에 일그러진 내 모습이 비춰질 때,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고, 깊은 자괴감이 두렵겠지만 그래도 나를 비추는 거울이 필요하다. 그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얼굴의 분탕질을 고칠 수 있을 테고,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설 수 있을 테니까!


거울이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가감 없이 비춰줄 때, 비록 아프고 고달프고 힘들어도 우리가 고쳐야할 것과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일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우리는 보다 온전한 모습으로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은혜를 누리게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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