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모방 아닌 한국정서 맞는 진솔한 방송 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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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모방 아닌 한국정서 맞는 진솔한 방송 제작해야”
  • 현승미
  • 승인 2006.11.22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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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YWCA, ‘한국형리얼리티 프로그램’ 토론회
▲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는 한 공중파 방송의 한 장면.

몇 해 전 가수 GOD 다섯 남자의 육아일기가 한 공중파 방송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재민이라는 아기를 직접 키우며 그 아이의 성장과정과 함께 다섯 남자의 평소 생활모습을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공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은 대성공이었다. 당연히 아기가 자라는데 대본이 있을 수 없다. 그때그때 이어지는 해프닝과 이를 대처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지금은 해체돼 각자의 길을 가고 있지만,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남성그룹 GOD는 젊은 팬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다. 거기에 아기가 자라면서 걸음마를 하고, 말을 배우는 과정이 그대로 보여 지면서 엄마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가수 GOD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신곡을 선보이고, 사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 많은 팬 층을 확보했다. 방송사로서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인정을 받았다.


‘GOD의 육아일기’처럼 정해진 대본 없이 기본 골격만 가지고 실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 일명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이제 다양한 형태와 모양으로 방송되고 있다. 만원의 행복, 칭찬합시다, 상상플러스, 위기탈출 넘버원, 무한도전, 만원의 행복, 실제상황 토요일, 긴급출동 SOS 24 등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모든 프로그램이 이와 같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매주 유명인들을 한명씩 속이는 몰래카메라나 각 방송사에서 형태만 다를 뿐 남녀 연인들을 짝지어주는 프로그램 등은 그 선정성으로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특히 비교적 심의규정이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은 음란성 문제까지 야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 16일 서울YWCA 대강당에서 ‘한국형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알아 본다’는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됐으며, 진정한 ‘리얼리티’와 한국적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이 제작돼야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책임연구원은 “현재 케이블이나 위성에서 방송되는 외국 프로그램의 무비판적인 포맷 모방과 이들 프로그램의 재방영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지난친 선정성과 음란성, 관음증 등이 문제시되고 있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대량 생산과 유통은 상업적 이윤 추구의 도구로서 전락하고 극도의 자극을 앞세운 오락물의 범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 연구원은 “프로그램의 장르 경계가 파괴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사실과 극의 현실인식을 흐리게 할 수 있다”며, “남녀 짝짓기의 경우 대부분 진지한 만남보다는 외모와 재력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정하고, 과도한 애정표현이나 성적 접촉, 성적 대화 등이 난무하는 상황 설정은 우리나라의 정서나 윤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에 나선 문혜준양(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은 “제작자들이 단지 재미를 위한 억지스러운 장면이나 과장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리얼리티’ 때문에 출연자들이 인터넷에서 인신공격을 당하는 모습은 좋지 않은 정서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따라서 임종수 전문위원(EBS 편성기획팀)은 “한국에서 리얼리티 쇼는 휴먼다큐멘터리라는 지극히 한국적 장르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곧 그 시대를 대표하는 ‘정서구조’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대중적 호응을 이끌어 내는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삶의 진솔한 모습을 가감 없이 담아냄으로써 리얼리티라는 말 그대로 현실이 살아있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웃으며 TV를 보면서 화목과 평화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프로그램 등 마음을 움직이는 한국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해야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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