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에 감염됐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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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에 감염됐어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어요.”
  • 현승미
  • 승인 2006.11.1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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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퇴치를 위해 헌신하는 크리스토 그레일링목사

▲ HIV 양성반응자임을 알고도 결혼해 2명의 자녀까지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룬 그레일링 부부.
“나는 수혈로 지난 1987년 HIV에 감염됐지만,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16년째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며, 두 명의 착하고 예쁜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물론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건강합니다.”


HIV 감염인이면서 아프리카 에이즈 퇴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토 그레일링 목사가 지난 9일 월드비전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 자신의 삶을 소개했다.


자신이 HIV바이러스 양성반응자임을 알게 됐을 때 그는 신학교 진학을 준비 중이었으며,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누가 에이즈에 걸린 목회자를 섬기겠냐고, 왜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울부짖었습니다. 여자친구에서 감염사실을 알리고 이별통보를 했지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오히려 그를 격려하고 결혼을 결심했다. 그가 지금의 아내 리셀 그레일링이다. 겨우 1년밖에 살지 못할거라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명의 자녀까지 낳고 현재 전 세계에서 에이즈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당시는 물론이고 현재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에이즈는 동성연애 등 올바르지 못한 성행위로 인해 발병한다고 믿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같은 행동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에이즈는 죽을 수밖에 없는 전염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재 에이즈에 대한 치료병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어느 정도 연장할 수 있는 의학은 준비돼 있습니다. 또한 흔히 사람들이 알고 있는 HIV와 에이즈는 다릅니다.”


혈우병을 앓았던 그레일링목사는 수혈로 HIV에 감염됐다. HIV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게 되면 인체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리기 시작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하면 인체의 면역력이 다 떨어져 질병을 이길 힘을 잃게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HIV바이러스가 급증하면서 몸 안의 면역세포인 CD4세포를 죽이게 되고 몸 안의 면역력이 다 떨어지게 되면 후천성 면역 결핍 바이러스인 에이즈로 발전되는 것이다.


“당시 담당 의사는 저에게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충고해주었습니다. 분명 사람들이 나를 거부하고, 멀리하고 낙인찍을 것이라고 걱정해주었지요. 하지만 오랜 시간 기도 끝에 이 또한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전 세계에서 에이즈 감염이 많은 나라에 태어난 것도 목회자 소명을 받고 HIV양성감염자가 된 것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었지요.”


그는 결국 자신의 감염 사실을 공개석상에서 발표했고, 지금까지 당당히 에이즈 퇴치를 위해 일하고 있다.


올해는 에이즈가 세상에 알려진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전세계 HIV 감염자는 4천만명을 넘고, 매일 1만4천여명이 감염되고 있다. 게다가 에이즈 감염자들의 3분의 1이상이 25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신규 감염자만 6백80명 매일 2.1명이 HIV에 감염되고 있다.


“이제는 에이즈와 HIV감염자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특히 교회가 앞장서서 이들 감염자를 돕고,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 HIV감염의 안정성을 입증해보이고 에이즈가 결코 부도덕한 행위의 산물이 아님을 몸소 보여준 그레일링목사와 그의 가족들을 통해 교회와 기독교인부터 변화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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