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장성(仁賢長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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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장성(仁賢長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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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10.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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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배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상임총무>

아퀴정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바있는 중국의 문호 루쉰은 군벌정부에 의해 그의 학생들이 죽임을 당하는 1925년 3.18사건 이 발발한 뒤, 장성(長城)이라는 짧은 글을 쓴다. 수천년 인의예지(仁義禮智)에 바탕한 윤리도덕의 전통을 지닌 나라가 자행한 식인의 역사가 봉건중국의 역사적 통치과정에서 형성된 만리장성에서 시작되었음을 보고 있다.


“위대한 장성이여!


이 사업은 지도상에도 아직 그것의 작은 형상이 남아 있지만, 무릇 세계의 조금이라도 견식이 있는 사람은 대개 그 존재를 안다.


사실 종래 쓸데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이 벽을 쌓다가 죽었을 따름이지, 이것으로 오랑캐들을 어찌 막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은 고적에 불과할 뿐, 그러나 역사상 한때도 소멸되지 않았고, 그것을 여전히 보존해야 했다. 나는 줄곧 주위가 장성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장성의 구성 재료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옛날 벽돌과 보수하며 끼워 넣는 새 벽돌들이다. 이 두 가지 것이 한통속이 되어서 성벽을 이루어 사람들을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때나 비로소 장성에 새 벽돌을 끼워 넣지 않으려나?


이 위대하고 저주스러운 장성이여!”


새 벽돌을 끼워 넣는 것만으로 자유의 억압을 느끼며 숨막혀했던 루신이 오늘의 세계속에서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강대국들이 벌이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만리장성 쌓기 경쟁이 일고 있는 것을  목도했더라면 무엇이라고 한탄했을까?


그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인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핵장성(核長城) 경쟁을 경험했더라면 그가 느꼈을 절망과 좌절이 얼마나 컷을까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고대의 만리장성은 외침(外侵)으로부터 자국의 영토와 신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사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핵무기 경쟁은 방어적 성격을 넘어 인류문명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을 근본적으로 말살시키는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분명 인현장성을 쌓으려는 한국인들의 지혜가 결집된 화해정책이었음이 분명하다. 세계열강들이 쌓아놓은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세계의 평화를 일구어내려는 한민족의 지혜의 결집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핵장성을 쌓으려다 어리석게도 세계제국주의 열강 패권올무에 빠져들고 말았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라는 불후의 명저를 남긴 함석헌 선생은 문자적으로 기록된 역사기록으로 볼 때 한반도에서 100번에 걸친 전쟁과 560번의 외침이 있었다고 분석한바 있다. 


이처럼 전쟁과 외침으로 점철된 고난의 역사가운데서도 우리는 민족자주권을 지켜왔다는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 비밀은 우리를 침략한 세력들과 같은 방법으로 맞서지 않고 인현장성을 쌓았던 조상들의 지혜 때문이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이제 한반도에 핵무기로 무장한 세계제국주의세력에 맞서겠다는명분아래 핵장성(核長城)을 쌓으려는 돌연변이와 같은 정치집단이 등장하였다.


핵장성으로 세계열강들과 대결하려할 때, 한반도가 핵무기의 실험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정일 정권은 어서 속히 6.15남북공동성명 정신으로 돌아가 핵무기를 폐기하고 인현장성을 쌓는 선현들의 지혜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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