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성’ 환상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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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성’ 환상에서 벗어나라
  • 김찬현
  • 승인 2006.09.1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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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학교운동의 길목에서<22>

<유영업목사·독수리기독중고등학교 교감> 
 

‘아이가 원하면 어떻게 하나요?’

조기유학에 대해 고민하는 한 부모님께서 아이가 원하면 조기유학을 보내야하지 않겠느냐고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자녀를 교육하면서 ‘아이가 원하면’이라는 말을 종종하게 됩니다. 정말로 아이가 원하면 무엇이든 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면이 함께 있는데 정리되지 못한 채 혼돈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먼저 아이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면입니다. 만약 인간이 외부적인 강압에 의해 조정될 수 있는 존재라면 세상은 벌써 낙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많은 독재자들이 갖가지 수단과 방법으로 사람들을 억압하고 통제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다스릴 수도 없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입니다. 인간은 매우 인격적인 존재요 자발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존중받은 존재로서 그 자발성은 하나님의 형상에 기인한 매우 존귀한 것입니다. 자발성에 대한 중요성은 굳이 심리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에서 예민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냥 ‘물 떠와’하는 것과 ‘물 좀 떠다 줄래?’하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전혀 다른 반응을 일으키게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의 마음을 잘 헤아려 배려해주는 마음을 가져야합니다.

그러나 자발성이 그 정도를 넘어 교육의 주도권까지 침범하게 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독수리학교의 단혜향교장은 ‘교육의 주도권을 자녀에게 넘겨주지 마십시오’라고 부모들에게 강변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자발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아이들의 호불호를 따라 부모가 아이에게 끌려 다니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분들이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부모가 자신도 모르게 소위 ‘자발성’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의 책임을 유기하는지요. 아이가 아무리 좋아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아이가 아무리 싫어해도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발견되는 문제는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없고 분별하여 이끌어주는 강한 손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호불호는 교육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혜의 영역이지 교육적 결정을 내리는 판단의 영역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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