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낮은 포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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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낮은 포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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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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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환 목사<천안대 교수>



포복(匍匐)이란 말은 배를 땅에 대고 기어간다는 뜻으로 군대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이기도 하다. 군대의 훈련종목 중 하나인 포복은 적의 총탄을 피해 낮은 포복으로 기어간다는 의미이다. 포(匍)자는 기어갈 포이며, 복(匐)자는 기어갈 복자이다.


새해에는 좀 더 겸허하게 기어가는 낮은 자세로 일을 정리해 나가는 조용한 전진이 있으면 국민들도 좀 편안할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비상한 자기 변화의 전제 없이는 안 된다. 우리가 해마다 맞는 새해는 과거와 단절된 새해가 아니다. 단지 365일을 나눠 주기적으로 1년 단위의 새해를 만든 것뿐이다.


지금 우리 주변을 한번 냉철하게 살펴보자. 여러 영역에서 한류(韓流)의 호기를 맞고 있으면서도 우리들의 교만과 부정직, 특히 국민 서로의 각종 대결갈등으로 인해 집약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적으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 야 가릴 것 없이 심각한 내홍을 앓고 있다. 이것은 나라나 자기 당을 사랑한다기보다 이기적인 개인이나 계파의 싸움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의 피해로 돌아올 뿐이다.


경제적으로도 노사의 극단적 대결은 생산과 분배에 대한 우선권 다툼의 힘겨루기가 되었다. 여기에 이념, 빈부 세대갈등도 도를 지나쳤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러한 갈등구도가 가정안과 교회 안까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들 앞에서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없는가 하면 목사가 성경을 소신껏 설교할 수 없어 잘못된 지적을 하지 못하고 예언적 기능이 빠진 성경풀이나 현대감각에 맞춰 성도의 환심이 더 중요시된 낮은 수준의 메시지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또한 소비층의 사치스러운 공간이나 이벤트 만드는 일이 하나님의 사역으로 대체되어가며 더 나아가 이런 성과와 물량기준에서 교회부흥이나 유명세를 얻으려는 겉치레, 허상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이제 새해의 숙제로 넘어온 발등에 떨어진 불인 사학법 통과의 후속처리, 전 세계의 수모를 받은 황우석교수 비리사건의 마무리,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둔 여야의 일전불사하는 대결구도, 3월부터 시작한는 교육노조의 새 출발, IT강국과 더불어 세계 10위권 내의 강국으로 부상하고서도 삶의 행복지수는 세계의 하위권을 헤매고 있는 백성들의 욕구부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큰 숙제이다.


어느 나라나 시대를 막론하고 그 나라의 종교와 종교지도자들이 부패할 때 나라가 최대의 국란위기를 만난 것은 이미 역사적 교훈이다. 더욱이 한국교회의 허상추구로 속화되어가는 이런 때 새해에는 좀 더 자기를 포기한 낮은 포복으로 겸허하게 출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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