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54) 납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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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54) 납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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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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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국적은 이중 의무 요구
 

왕실 혼인 잔치 비유에 이어 등장하는 가이사에게 세금 내는 것에 관한 기사 역시 공관복음 모두에 기록되어 있다(막 12:18-27, 마 22:23-33, 눅 20:27-40).

주님 당시에 로마제국은 식민지 국가에 모두 세 종류의 세금을 부과했다. 먼저는 토지세인데, 곡식 수확의 1/10과 기름과 포도주 수확의 1/5을 납부하도록 되었다. 이 세금은 일부는 현물로 또 일부는 돈으로 납부할 수 있었다.

다음은 소득세인데, 개인 소득의 1%를 바치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인두세인데, 14세부터 65세까지의 남자와 12세부터 65세까지의 여자에게 부여됐는데, 한 데나리온이었다. 주님은 마태복음에서 이를 ‘셋돈’이라 정확하게 표현했는데(마 22:19), 반면에 마가/누가복음에서는 그저 데나리온이라고 기록됐다(막 12:15; 눅 20:24).

이처럼 마태가 세금을 가리키는 전문 용어를 사용한 것은 과거에 그가 세리였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며, 이것은 더 나아가서 제1복음서의 저자가 세리 마태임을 가리키는 한 증거일 수 있는 것이다(마 9:9). 한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들의 하루 품삯에 해당했다(마 20:9). 주님이 여기서 말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인두세(人頭稅)이다.

주님의 시대는 물론이고, 초대교회 시대 역시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으므로 로마 정부와의 관계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였다. 납세는 이런 견지에서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을 드러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만일 주님이 납세를 거절하면 로마에 대항하는 것이 되어 체포될 것이고, 반대로 납세를 수용하면 이방 제국의 통치를 인정하는 셈이 되어 신정(神政)통치를 믿는 유대인들에게 반감을 사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실로 난처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주님은 슬기롭게도 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을 구분함으로써 딜렘마를 피함과 아울러 대적들(바리새인 및 헤롯 당원, 마 22:15)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 정부와의 관계성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두 국가의 시민이다. 한 마디로 이중국적 소유자이다. 근본적으로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면서 또한 이 땅에서는 세상 나라의 시민이기도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두 나라로부터 모두 혜택을 받고 있다. 하나님으로부터는 말할 나위도 없고, 세상 정부로부터도 상하수도 및 전기 등과 같은 공공시설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중 국적에서 비롯된 이중 의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자처하면서 세상 정부에 대한 의무를 태만히 한다면, 좋은 시민이 아닐 뿐 아니라 좋은 그리스도인도 안되는 것이다. 좋은 그리스도인은 좋은 시민이 돼야 한다. 이 두 영역은 충돌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지만은, 그러나 만일 이 둘이 충돌한다면, 하나님의 뜻이 우선돼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사도 베드로는 다음과 같이 말씀했다. “뭇사람을 공경하며 형제를 사랑하며,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왕을 공경하라.”(벧전 2:17, 참고 롬 13:1-7, 전 8:2)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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