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호칭은 ‘복음서 전체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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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호칭은 ‘복음서 전체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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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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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 아버지 호칭’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나채운 목사<장신대 명예 교수>


그런데 이상과 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이번에 주기도 새 번역에서는 ‘당신’을 쓰지 않고 ‘아버지’를 사용하였는가? 그것은 이번에 여성위원회에서 제기한 문제인 가부장적 사상에 기인한 것은 전연 아니다. 단지 우리말의 현재의 언어적 사실 즉 아직도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언중(言衆)의 언어적 정서에 기인하고, 그 정서란 단지 어른에게도 못쓰는 ‘당신’을 하나님에게 쓸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기인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상술한 여러 가지의 ‘당신’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지난 5월 10일에 모인 모임(여성위원회 대표들의 요청으로 모인 특별위원회)에서는 여성위원회의 대표 3인이 참석했으나 그 사람의 의견도 다 다르게 제시되어서 논의가 진전되기 어려웠다. 즉, 한국염 회장은 ‘당신’으로 하자고 하였고, 이숙자 권사는 이미 한기총과 합동하여 공포된 것이니 번역위원 명단에 여성 2~3명 정도 추가만 해 줄 것을 요청했고, 최영실 교수(서면)는 난하주에 ‘아버지’로 번역한 것을 가부장적(家父長的) 발상이 아니라는 뜻을 명확히 해 주면 좋겠다는 등이었다. 그리고 여성위원회에서는 처음의 위원회 구성에 있어 여성 대표를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상의 문제에 대하여 이종윤 위원장은 주기도 사도신경 번역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전문성이 요청되는 것이므로 각 교단이 파송한 위원으로 구성한 것뿐 결코 여성이 배제되지 않았다는 것과, 여성위원회가 그 당시에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설문조사를 한 결과 ‘당신’에 반대하고 ‘아버지’에 찬성한 비율이 ‘교회학교 학생 702명 중 90.17%이고, 목회자 153명 중 138명(90.2%)이라고 밝혔다.

이로 보아 현재로서는 교인들의 절대다수가 ‘당신’을 반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교인들이 다 앞서 언급한 ‘당신’ 사용의 가능성에 관한 이론을 다 아는 사람은 아니나, 언어는 역사적 사회적 소산이기에 그러한 비전문가들의 여론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말 문법에서 철칙이었던 모음조화법칙도 대다수 언중의 사용 실태를 따라 1989년의 맞춤법 개정에서 무너뜨리고 만 것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 교단을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들(김창락, 정훈택, 박창해, 민영진, 김영봉, 나용화, 배종수, 조병수, 나채운 등)이 모두 원문의 sou를 직역하여 우리말에서 인칭대명사(‘당신’)를 쓰는 것이 합당하나, 언어의 사회성 문화성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아버지’를 쓸 수밖에 없다고 의견의 일치를 본 것이다. 이것은 바로 성경번역의 권위자인 B. Metzger 박사의 번역이론 “as literal as possible, as free as necessary(가능한 한 문자적으로, 그러나 필요한 만큼 자유롭게)”라는 말과 일치하는 것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을 가리켜 ‘아버지’라고 한 경우를 보면, 구약의 경우에는 아주 드물고(13회), 신약의 경우에는 주로 복음서에서 4백여 회 중 예수께서 사용하신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하라 하셨다. 물론 하나님을 남성이라고 해서 그렇게 가르치셨거나, 더욱이 가부장적인 관념에서 ‘아버지’라고 하라 하신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영이신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인 성을 가지실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 것은 복음서 전체의 전통이다. 그뿐 아니라 예수께서는 하나님이 동시에 우리의 아버지도 되심을 ‘내 아버지 곧 너희 아버지’라고 가르치셨다(요 20:17). 바울도 성도들이, 하나님을 아람어로 친근성을 나타내는 ‘아빠’라는 말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롬 8:15).
 

우리말 주기도(와 사도신경)의 번역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은 20년이나 계속되었고, 여러 번의 노회 총회에서 거부되다가 겨우 3년 전부터 구체화되어 작년에는 한기총과 KNCC가 합동하여 30개 교단 60여 명의 학자들이 진지한 토론 끝에 드디어 새로운 안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실로 한국 교회사 120년 만의 쾌거였다. 이제 각 교단 총회에서의 인준과 실시만 남은 단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 대신에 ‘당신’을 쓰게 된다면, 바로 그것 때문에도 새 번역안이 거부될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한 것이다. 앞으로 ‘당신’에 대한 바른 이해와 대다수 언중의 사용의 날이 올 때까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오늘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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