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렬, 폭로, 보복’ 한기총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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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렬, 폭로, 보복’ 한기총 어디로 가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2.2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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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 가능성 ‘제로’…산발적 갈등 계속될 듯

합동, 불법자 처리 요청에 입장 정리 중
통합 증경 총회장단 “깊은 우려” 표명

한기총을 둘러싼 싸움이 끝을 모른 채 이어지고 있다. 한국 교회의 망신이라는 절대적인 우려 아래 지난한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폭로와 보복 등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8일 원로들의 중재로 마련된 5인 대화 모임은 갈등의 깊이만 확인한 채 끝났다. 원로들의 중재도 책임감이 없었고, 당사자들도 화해 의지가 없어 보였다. 무엇보다도 이 싸움은 이미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를 넘어 산발적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 대화 왜 결렬됐을까?
이날 대화 모임은 성사 자체가 불투명했다. 지난 13일 조용기 목사, 김장환 목사 등 교계 원로들은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를 불러 대화 모임을 갖고 화해할 것을 제안했다. 대화에 대한 전권은 양측에 일임했다. 직접 사소한 중재에까지 나서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설득할 만큼 이야기가 오갔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18일 대화 모임은 중재자가 없이 진행되다보니 약속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장소도 잡혀 있지 않았다. 양측 중 누구 하나 먼저 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혼선 끝에 마주 앉은 양측 5인 앞에는 엄신형 목사가 나와 있었다. 엄 목사는 “길자연, 이광선 목사 모두 내게 중재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재철 목사는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앉았느냐?”고 되물었다.

대화 의지도 없어 보였다. 이광선 목사측은 일단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총회 속회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과정에 대해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홍재철 목사는 결론만을 요구했다. 언성이 높아지고 고성이 오간 대화는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큰 틀에서 “길자연 목사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협상의 여지는 있어보였다. 하지만 홍재철 목사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각 교단에 이광선 목사측이 개최한 속회 참석자 29인에 대해 교체 혹은 징계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강경한 방법이 한기총 비대위원들을 자극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개혁의 문제로 시작했지만 몇몇 사람에겐 교단 안에서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풀이한 것이다.

# 당일 발표된 한기총 담화문
한기총은 대화 모임이 약속된 18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기총의 개혁과 발전, 한국 교회에 대한 봉사를 다짐한다”는 내용이었지만 교계에 일고 있는 정통성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담화문에는 ‘불법 문서’와 ‘불법 모임’에 대한 강력한 대응도 담겨 있었다. 담화문은 “길자연 대표회장을 중심으로 22회기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과 한기총 대표회장을 참칭하는 불법문서와 문자 메시지가 교단과 실행위원을 혼란하게 하고 있다”며 “비대위라는 명칭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한기총의 명예를 훼손 음해 매도하고 있는 바 이에 현혹되지 말라”는 내용을 담았다.

또 징계도 강조했다. 담화문은 “대표회장 참칭과 불법 모임 주최와 참여자 그리고 총회 소요 가담자와 한기총의 질서를 훼손시키는 자들에 대해서는 한기총의 질서 확립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엄중하게 징계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만일 소강국면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더 심한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만은 확실하다. 한기총이 25일 임원회에서 2차 징계를 진행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대화 모임이 결렬된 후 비대위측에서는 홍재철 목사의 대화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홍재철 목사에게 전권을 맡기고 있는 길자연 목사에 대한 불만이 더 크게 감지됐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한기총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교회 전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입장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특히 주요 교단들의 경우, 이번 사태를 우려하며 한기총 개혁문제에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할 지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 예의주시하는 교단들
그동안 한기총 문제에 대해 함구했던 예장 합동도 더 이상 침묵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17일 열린 임원회에 한기총이 요청한 공문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한기총은 “합동 인사 중 한기총 소요 사태와 불법 모임에 참여한 자를 처리해 달라”며 공문을 보냈고 임원회에서는 부총회장 2인과 서기, 총무에게 맡겨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다.

또 갈등의 한 축으로 부각하고 있는 경원노회는 한기총 실행위원회 추천을 청원했다. 하지만 임원회는 “현재 한기총 실행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므로 반려한다”고 결정했다. 이 청원은 경원노회 일각에서는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지만 실행위원 교체 등 화해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합은 지난 18일 증경 회장단 회의를 열고 한기총 문제에 대해 2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통합측 관계자는 “현재 한기총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찬반 양론이 오갔지만 결론은 림인식, 김순권 목사 등 교단 원로들이 이광선 목사를 만나 설득하는 방향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또 “한기총 개혁에 대해서도 교단이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 정도로 원만히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 싸움 언제까지 갈까?
한기총 갈등은 이미 이광선 목사의 손을 떠났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광선 목사가 이쯤에서 싸움을 끝낸다고 해도 비대위는 계속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불만을 품은 군소 교단이나 합동 안에서 또 다른 견제 세력이 되고 있는 구 개혁측 인사 등의 산발적인 활동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여기에 홍재철 목사 등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인사들은 타협 없이 ‘징계’로 맞대응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은 카드는 사법부의 판단. 만일 비대위쪽에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할 경우 총회의 적법성 해석은 사회법의 결론에 따라 달라진다.

양측 모두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일단 총회 정족수 면에서 길자연 목사측이 월등히 우세하고, 속회 공지가 안 됐다는 점에서도 법적인 승산을 자신하고 있다. 정회를 선언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었음은 지난달 25일 속회한 이광선 목사측 총회에서 최성규 목사가 이미 정리한 바 있다. 따라서 법적 승산을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처분 신청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교회협을 찾아가고,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고 항의하는 산발적인 대응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한기총 내 한 인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보다 포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며 “제3자가 나서는 것보다 지지를 받고 있는 길자연 목사가 직접 대화하고 합의하면 해결은 한결 쉬워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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