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점검없는 정치적 정죄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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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점검없는 정치적 정죄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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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7.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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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교단 교회에 대한 이단 규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권호덕 교수<천안대 기독신대원, 조직신학>


우리가 이단문제를 거론할 때 먼저 언급해야 할 문제는 ‘누가 이단인가?’ 하는 것이다. 사도행전 24:5은 바울이 나사렛 이단의 괴수로 표현되어 있는가 하면 사도행전 28:22에는 우리말 번역에는 소위 기독교 공동체를 ‘이 파(派)’로 되어 있으나 헬라어 원문에는 ‘이 이단’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면 바울이 이단인가? 중세 로마 가톨릭은 루터와 칼빈 나아가 개신교를 이단으로 정죄했다. 과연 루터와 칼빈 그리고 개신교는 이단인가? 여기에 동의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단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고백했으나 그 가르침을 부패시킨 사람들 속에 있는 일종의 배신으로 정의했다.

참된 기독교 신앙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속한 모든 면에 대해 자원하는 마음으로 동의하는 데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이면 누구든지 인정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가르침에 대한 이런 동의가 참된 기독교 신앙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기독교로부터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그 중에 한 가지는 믿지 않는 이방인과 유대인의 경우처럼 그리스도 자신을 믿는 것을 거부하는 불신앙의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 가르침을 그들이 좋아하는 관점으로 제한하여 그것을 이념적으로 강조함을 통해 정통 기독교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이단들은 후자에 속한다. 지금 우리는 ‘회개’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죄사함’만이 모든 것인 양 강조하거니 ‘천년왕국’을 가르침의 중심에 놓는 무리들을 보고 있다.

이단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한 쪽으로 치우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전혀 귀담아 듣지 않고 자기들만이 옳고 기존 교회를 정죄하거나 결국 지도자 중심으로 바벨탑을 쌓는 데 있다. 다른 말로 이들은 자아중심적인 성을 쌓고 다른 기독교인들과 정상적인 교류가 불가능한 자들인 것이다. 이들은 결국 겉으로는 그리스도와 비슷하나 그 속에는 사탄적인 요소를 지닌 적그리스도의 마각을 드러내는 자들이다.

그러면 기독교 교회는 이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 한 마디로 매우 단호했다. 사도 요한은 이단으로 판명된 사람과 함께 목욕하는 것도 피했다는 일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칼빈이 세르베투스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사형에 동의한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그는 이단이 그 당시 교회와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통교회가 기독교 진리를 왜곡하고 나아가 사회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요소를 지니는 경우 정죄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이다. 이것은 교회의 권징의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자기 교회 성장에 관심을 집중한 나머지 이단들에 대해 관심을 거의 가지지 않음과 동시에 그런 무관심이 자아낸 열매를 따먹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주위에 이단으로 낙인이 찍힌 공동체를 어떻게 평가하고 정죄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상당히 많은 경우, 자기들의 뜻과 맞지 않으면, 진리를 규명하는 일과는 관계없이 그런 집단을 이단으로 쉽게 정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우리가 소위 이단을 정죄할 때는 먼저 그들이 가르치는 내용을 세심하게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점검한 결과 문제가 있을 경우, 그들에게 이것을 지적해주고 학문적인 논의의 장을 열고 그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만일 그들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고 수정의 의도를 밝히면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 형제를 얻는 유익을 누릴 것이다. 물론 이때 교회는 전문 신학자들에게 이 문제를 점검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런 권고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으면 그 문제점을 기존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다 알 수 있도록 가르쳐 이단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런 학문적인 점검이 없이 단순히 정치적인 논리로 다른 공동체를 정죄하는 경우 결국 교회적인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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