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없는 결혼이 준비없는 이혼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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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는 결혼이 준비없는 이혼을 부른다
  • 김찬현
  • 승인 2005.05.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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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기획<중> - 이혼없는 가정 만들기
 

어느 결혼식에서 주례가 신랑신부에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살아라”는 주례사가 아니라 “행복한 이 순간을 기억하고, 만약에 헤어지더라도 서로 양보하는 이혼을 해달라”라는 내용의 주례사를 했다는 것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만큼 급증하는 이혼의 문제가 한국사회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내에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혼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혼이 개인 가정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이혼으로 인한 자녀유기, 가정폭력, 가족해체, 청소년문제 등  바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04년 혼인, 이혼통계결과’에 따르면 2004년 한해동안 13만 9천3백65쌍이 이혼해 16만7천96쌍이 이혼한 2003년보다 이혼횟수가 16.6%가 줄어든 것으로 발표됐다. 이것은 1988년 이후 이혼률이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수치적인 결과만을 놓고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이혼의 위기에서 벗어나고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04년 이혼부부의 동거기간별 구성비를 살펴보면 2004년 이혼한 부부 중 4년이하 함께 살았던 비율은 25.2%로 감소세가 뚜렷하게 보여지지만, 20년 이상 함께 살았던 부부의 이혼률, 이른바 ‘황혼이혼’은 18.3%로 나타나 1994년의 7.2%에 비해 2.5배이상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또 이혼과 동거에 대한 여전히 곱지않은 우리 사회의 시선을 감안하고 젊은이들의 동거나 혼인신고를 하지않은채 헤어지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젊은 부부들의 낮아진 이혼률도 결코 상황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단지 드러나지않았을 뿐이며, 황혼이혼이 늘어남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인 부작용까지 감안한다면 과거보다 이혼의 영향력이 결코 약해지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기독교인들의 이혼률도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닐 것이라고 기독교 상담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통계청이나 보건복지부 등의 이혼률을 조사해온 기관뿐만 아니라 어떤 기독교단체에서도 이혼자별 종교분포를 조사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기독교인들의 이혼률을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 중 대략 18%에 달하는 800만명이 기독교인임을 감안해 이혼률을 따져본다면 한국교회 내의 이혼률도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케한다.


이혼에 관한한 보수적인 입장을 가져온 교회에서조차 이혼이 많아진 이유는 사회적으로는 가부장적인 제도가 서서히 깨지는 가정해체와, 교회가 교회자체의 성장에만 주력한 채 성도들의 가정의 위기에 대해 그동안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이혼에 대한 교회의 태도가 이혼 위기를 겪거나 이혼한 성도들에게 죄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터부시하는 자세가 교회가 이혼의 위기로부터 대안이 되지 못한 이유가 됐다.


서울 강남의 한 교회를 다니던 김모씨는 얼마전부터 새로운 교회를 출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출석한 교회에서 얼마 전 그녀가 남편과 이혼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모씨는 목사님이 설교에는 이혼과 가정회복에 대한 언급이 전혀없었고 주위 사람들과 교회내의 이혼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 때문에 교회를 옮겼다고 고백했다.

원효식목사(가좌제일교회 담임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희생적으로 교회를 섬겨왔지만 교인들의 가정사역에 중점을 두고 사역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교회 내에서 올바른 가정관정립과 성교육, 효도교육 등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는 목회프로그램을 시작해야한다”고 목회자들의 시급한 대책을 촉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혼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것은 예방이다”라고 말하면서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이나 가족치료프로그램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교회 내에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이혼통계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눈에 띈다. 바로 만혼의 영향으로인해 초혼은 꾸준히 줄었으나 재혼은 크게 증가한 점이다. 이혼의 위기에 직면한 가정이나 이혼한 가정만큼이나 재혼가정에 대해서도 교회는 눈을 돌려야 돌봐야 할 필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가정사역협회 주수일장로는 “한번 이혼한 사람이 재혼한뒤 다시 이혼하게 되는 확률은 무려 80%에 달한다”며 재혼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했다. “‘준비없는 결혼이 준비없는 이혼을 불러온다’며 먼저 성경적인 가정에 대해서 새롭게 배우고, 삶을 다시 회복시킬 신앙적인 회복이 가장 먼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재혼전 다양한 가족치료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권유했다.

현대 가정의 문제는 비단 가정의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가정의 붕괴는 곧 사회의 붕괴로 이어지며 교회는 이런 문제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한다. 하루빨리 교회는 이혼에 대한 예방 프로그램이나 가정상담 등을 교회 내에 개발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나가야한다고 많은 기독교 가정사역자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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