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목사<서현교회>
;)
요즘 국가적으로 소위 과거 청산이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 중 친일 행각에 대해서 청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최근 모 사립 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가 설립자와 교수였던 분들의 친일을 문제 삼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은 과거 청산은 고사하고 오히려 잘못된 과거를 미화하고 왜곡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한 개인도 노년에 이르러 누구든지 과거를 돌아보면 후회가 앞선다. 더욱이 신앙인이라면 하나님 앞에서나 교회 공동체 속에서의 잘못이 후회스럽다. 과거의 잘못을 공적으로 고백하고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고 대단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지도자일 때 더욱 더 어렵다.
지난 8일 한국 교회 역사에서 의미 있는 한 행사가 있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의는 발표회 및 기도회의 주제로 ‘제가 잘못 했습니다’를 선정했다. 그리고 한국 교계의 원로 세 분이 죄책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장의 강원용 목사와 순복음의 조용기 목사 그리고 보수 교단 합동측의 김창인 목사 세 분이 지금까지의 삶과 사역에서의 잘못을 공개 석상에서 고백했던 것이다.
김창인 목사는 광복 직후 재건교회를 시작하면서 교만해지고 판단력이 어두워져 함부로 입을 열어 ‘마귀당’이라고 다른 사람을 저주한 것과 자신이 선택한 후계자를 세울 때 총회를 등진 것에 대해서 회개를 하는 고백을 하였다. 강원용 목사는 지난 40년 동안 종교 간의 대화운동에는 힘을 썼으나 가장 먼저 해야 할 대화운동인 기독교 안의 대화에는 소홀히 한 것과 인간 중심적 사고로 모든 피조물(환경․자연)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 그리고 사회 속에 약자를 돌보지 못한 것을 고백했다. 조용기 목사는 자신이 값 싼 은혜에 안주했음과 희생하며 사랑하는 삶을 실천하지 못했고, 사회 불의에 대해서 침묵한 것을 회개 고백했다.
이 분들의 고백은 어떻게 보면 한 개인의 죄책 고백이면서 또한 이 분들의 과거 영향력을 볼 때 한국 교회의 죄책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되신 한경직 목사도 1992년 템플턴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신사참배를 방조한 잘못을 고백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로서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금 번 세 분의 죄책 고백도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서는 다음 달에는 또 다른 세대의 죄책을 고백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 한국 교회의 모습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회개 없는 신앙, 회개 없는 축복, 회개 없는 물량적 성공주의 등으로 인해 현 한국교회는 이 사회 속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개 중심의 기도회는 의미가 크다. 금번 죄책 고백 사건이 계기가 되어 목회자의 과거 청산적 회개와 한국 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자칫 하나의 행사로서 끝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회적 행사가 아닌 이것이 불씨가 되어 목회자 세계와 신학교, 한국 교회에 전반적인 회개 운동으로 확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오늘의 한국 교회의 모습은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이 사회에서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