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교황의 선종(善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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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교황의 선종(善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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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4.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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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환 목사<천안대 교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2일 84세를 일기로 선종(善終)했다. ‘선종’이란 가톨릭 용어로 임종할 때 성사(聖事)를 받아 대죄(大罪)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을 말한다. 용서와 화해의 큰 목자를 잃었다고 지구촌이 애도하고 있다. 그의 조국인 폴란드는 국상(國喪) 분위기이며, 인종·종교·국적과 관계없이 아랍의 무장단체까지도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는 유복하지 못한 가정에서 성장기를 거쳐 성직에 들어가 임종할 때까지 보수적이고 행동하는 교황으로 재위 26년을 마무리했다.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1920년 5월 18일은 폴란드 바도비체에서 보병 중위인 아버지 카롤 보이티와 어머니 에밀리아 카초로프스카 사이에서 태어났다. 9살 때 어머니를 여읜 그는 22살 전에 아버지를 비롯한 모든 가족을 잃었다.

이런 그의 어린 시절은 고독과 비극을 겪어 오던 중 신비주의적이며 순교적인 성격으로 바뀌어졌으며, 1930년 크라코프의 야겔로니카대학 철학과에 다닐 때는 연극에 심취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많은 사람들의 비극을 목도하며 성직자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1942년 크라코프의 신학교에 입학했고, 1946년 11월 1일에 사제 서품을 받아 성직의 길에 들어갔다. 1978년 10월 16일에는 가톨릭 역사상 두번째로 비 이탈리아인 교황으로 탄생했다.

그는 행동하는 교황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을 신학이 아닌 사회학이라고 질타했고, 아프리카에는 서구를 모델로 삼지 말라고 했으며, 조국 폴란드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소신껏 행동했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는 전 세계의 종교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더욱 그는 중세 십자군 전쟁과 종교 재판, 나치에 대한 교황청의 침묵에 대해 솔직히 사과했다. 그는 전 세계를 누비며 화해의 사도로 행동하는 교황으로 지구촌의 존경과 아쉬움을 받으며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 또한 행복하시오”라는 마지막 작별의 서한을 남기고 여유 있게 임종을 맞았다. 그는 하나님을 사랑했고, 가톨릭을 사랑했으며 또한 세계를 사랑했으며, 특히 조국 폴란드를 사랑했다.

우리나라와는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84년과 89년 두 차례 방한했으며, 많은 성인을 낸 순교자의 땅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했다. 그리고 84년 간을 인류·종교의 화해, 공산권의 자유화를 위해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130여개 국을 방문했다.

여야의 힘겨루기와 자존심 싸움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국민 화해와 남북 평화통일 등 미움과 전쟁이 없는 평화로의 전환점을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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